경남 거제 남부면에 자리한 다대마을은 초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수국이 만개해 관광객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수국길은 마을의 상징이자,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거제 수국길. / 거제시 공식 블로그, AI
'큰 포구'라는 뜻을 가진 다대(多大)마을은 거제도에서도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주변 가라산과 노자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 안고 앞으로는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췄다.
과거 다대마을은 조선 시대 수군 진영이 설치됐던 기록이 있을 정도로 전략적 가치가 높았던 곳이었다. 지금은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마을 구석구석에는 과거 성터의 흔적과 함께 힘겹게 삶을 일궈온 주민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스며 있다. 최근에는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단순한 수산업을 넘어 관광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거제 다대마을을 가로지르는 수국길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 길은 처음부터 계획된 관광 상품이 아니었으나, 20여 년 전 거제시 남부면사무소에서 근무하던 한 공무원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수국 삽수를 구해 심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무관심 속에 방치됐으나 꽃망울을 틔운 꽃에 반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금의 거대한 수국 군락지가 형성됐다.
특히 남부면 저구항에서 다대마을을 거쳐 함목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은 수국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다대마을 구간은 바다를 배경으로 수국을 감상할 수 있어 사진 작가들에게 사랑받는 출사지로 꼽히기도 한다.
다대마을 수국길의 가장 큰 매력은 인위적이지 않은 색의 변화에 있다. 수국은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의 색깔이 결정되는 반면 다대마을 일대의 토양은 산성이 강해 주로 청보랏빛과 푸른색의 수국이 주를 이룬다. 이는 거제의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이곳의 수국은 일반 정원용 수국보다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덕분에 꽃잎의 질감이 단단하고 색감이 선명하며, 개화 기간도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매년 6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7월 초순에 절정을 이룬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수국 특유의 청초함이 배가 돼 운치를 더한다.
체험과 풍경이 공존하는 거제 바다 여행
다대어촌체험마을. / 거제시 공식 블로그, AI
다대마을 끝자락에는 다대어촌체험마을이 자리해 있다. 살아있는 바다의 활기를 전하는 이곳은 전국 어촌체험마을 평가에서 수차례 입상했을 정도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드넓은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갯벌 체험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갯벌 체험은 연령대에 따라 7000원~1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5인이 한 팀으로 운영되는 통발체험은 15만 원이다. 예약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다대어촌체험 휴양마을 공식 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을 인근에는 거제의 또 다른 명소인 바람의 언덕도 자리해 있다.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바람의 언덕은 24시간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다.
바람의언덕. / 거제시 공식 블로그, AI
해금강 가는 길을 따라 도장포 마을을 거치면 마을 북쪽에 자리한 바람의 언덕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의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다. 이는 벼과에 속하는 식물인 '띠'가 무성하게 덮여있는 마을 언덕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그러나 2002년부로 명칭이 변경됐다. 거친 바닷바람이 거슬리는 방해물이 아닌 일상의 시름을 날려 보내는 치유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재해석됐다.
바람의 언덕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우뚝 솟은 거대한 풍차를 발견할 수 있다. 2009년 11월 네덜란드 스타일로 축조된 이 풍차의 높이는 약 11m에 달한다. 푸른 바다와 초록빛 잔디가 풍차와 어우러져 절묘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마치 유럽의 해안 마을을 연상케 한다.
풍차 주변으로는 나무 데크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누구나 안전하게 해안 절벽의 아찔한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도장포 항구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해금강의 비경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다.
KBS 예능 '1박2일' 거제도편에 등장한 바람의 언덕. / 유튜브 ' KBS Entertain: 깔깔티비' 캡쳐
바람의 언덕은 KBS2의 인기 예능 '1박2일' 거제도편에 등장하며 대중의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 멤버들이 탁 트인 언덕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모습이 방영된 직후, 현재까지도 수많은 유튜버와 사진작가들이 찾는 출사 성지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대마을로 향하는 길
자차를 이용할 경우 거제대교나 거가대교를 건너 통영·거제 방면으로 진입한 뒤, 남부면 방향 지표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수국 개화기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도로변 주차가 혼잡할 수 있으니 다대마을 공영주차장이나 저구항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거제 시내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좋지만, 배차 간격이 다소 길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도 약 4~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거제의 맛을 완성하는 오미(五味)
멍게비빔밥. / mnimage-shutterstock.com
거제 여행의 즐거움은 식탁 위에 차려진 싱싱한 해산물을 마주했을 때 완성된다. 삼면이 청정 해역으로 둘러싸인 거제도는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가 쏟아져 나온다.
거제를 대표하는 첫 번째 별미는 단연 멍게비빔밥이다. 거제 인근 해역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한 멍게를 잘게 다져 소금에 절인 뒤, 며칠간 저온 숙성시켜 만든 멍게 비빔 양념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풍미를 자랑한다. 따뜻한 흰쌀밥 위에 멍게 양념과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비벼 먹으면 입안 가득 거제 바다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거제 앞바다에서 잡히는 볼락도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볼락은 살이 단단하고 쫄깃하며 지방이 적당해 매운탕으로 끓였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특히 무와 미나리를 듬뿍 넣고 끓여낸 볼락매운탕은 국물 맛이 깊고 시원해 여행의 피로를 날려줄 만큼 깔끔한 뒷맛을 자랑한다.
고현시장. / 연합뉴스
신선한 볼락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거제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거제 고현시장에 방문하면 된다. 시장 특유의 활기와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의 싱싱함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거제시 고현동에 위치한 고현시장은 거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활성화된 전통시장이다. 특히 시장 내부에 형성된 수산물 거리와 식당 골목에서 거제의 오미(五味)를 맛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수산물뿐만 아니라 반찬가게부터, 볼락을 노릇하게 구워 파는 생선구이 집들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장을 보다가 출출해진 배를 채워주는 시장표 칼국수와 국밥은 현지인들이 꼽는 숨은 별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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