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를 이틀 앞둔 1일, 전국 17개 시도 골목길은 우렁찬 확성기 소리와 색색의 유세 띠를 두른 선거운동원들로 가득 찼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붙잡으려는 후보들의 막판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녘 안개를 헤치며 인력시장으로 향하는 노동자의 손을 잡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 후보들의 유세는 자정을 넘긴 심야 야시장 가판대 앞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발바닥에 진물이 나고 목소리가 갈라져도 패배는 곧 정치적 퇴출을 의미하기에, 후보들은 숨 가쁜 독주를 멈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장에서 마주한 이번 선거운동은 거대 양당 중심의 정형화된 중앙 정치 논리가 골목길 단위의 미시적 민생 요구와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과거 선거가 거시적인 정권 심판이나 국정 안정 프레임에 갇혀 일방적으로 흘러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철저하게 자신들의 일상과 밀착한 의제를 기준으로 후보들을 저울질하며 선거판의 흐름을 뒤흔들고 있다.
◇사전투표 열기에 불붙은 여야 사령탑…수도권서 벼랑 끝 ‘화력전’
지난 29~30일 양일간 치러진 사전투표가 마무리되면서 여야 지도부의 발걸음은 한층 더 다급해졌다. 초기 투표율 추이와 최종 집계 결과를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며 지지층 결집의 신호로 받아들인 지도부는 격전지 유세차 위에서 폭풍 유세를 이어가며 본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단 한 표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 지도부를 감싸는 가운데, 각 정당은 자체 분석실을 주말 내내 가동하며 투표율 변동에 따른 표 계산에 분주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과 남부권 전선을 점검한 직후,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최대 격전지인 충청과 수도권을 오가며 야당 표심을 모으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 요충지에 당의 모든 자원과 화력을 쏟아부으며 총력전을 진두지휘했다.
여야 양측 모두 “이번에 밀리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벼랑 끝 심정으로 본투표 당일 아침까지 이른바 ‘48시간 무박 릴레이 가동 체제’를 유지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 때문에 수도권 유세 현장에서는 지도부의 거친 언사가 오가며 지지자들의 투쟁심을 자극하고 있다.
수도권 격전지 광명 유세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는 “중앙당 지도부까지 내려와 거친 말들을 쏟아내니 선거가 아니라 마치 전쟁터 같다”며 “중앙 정치 싸움을 왜 우리 동네 골목길에까지 가져와서 편을 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진영 논리보다 인물’ 바닥 민심 요동…실용주의 내세운 후보들
중앙 무대에서 펼쳐지는 거친 정쟁 프레임과 달리, 실제 골목길에서 유권자와 직접 대면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구 현장은 정당 지지율 공식이 무색할 만큼 철저한 인물론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거대 정당의 간판이나 진영 논리만으로는 표를 보장받지 못하는 바닥 민심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구체적인 지역 연고와 행정 이력을 앞세워 유권자에게 다가섰다. 정당의 색깔을 지우고 오직 유권자의 삶을 개선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현장의 주류를 이루면서, 일부 후보들은 유세 차량에 정당 로고보다 자신의 이름과 핵심 공약을 더 크게 배치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특히 전국 지방선거의 축소판이자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구에서는 이러한 인물 중심의 대결 경향이 두드러졌다. 야당 후보들은 풍부한 지방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론을 내세웠고, 이에 맞선 여당 후보들은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지역 발전 및 시정 연속성론을 주장하며 정면 충돌했다.
유세전 속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맹목적인 정당 투표에 얽매이기보다 누가 진짜 우리 동네의 고질적인 주거 재개발 문제와 교통 체증을 해결할 적임자인지 공약집의 세부 조항까지 꼼꼼히 비교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경기 지역의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씨는 “당만 보고 뽑았다가 지역 발전은커녕 공약 하나 제대로 안 지키는 꼴을 너무 많이 봤다”며 “이번에는 정당 간판은 떼고 우리 동네 상권을 살릴 구체적인 계획이 있고 실천력이 검증된 인물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감 선거마저 진흙탕 싸움…‘정책 실종’에 폭발한 유권자 피로감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현장의 열기는 과열을 넘어 서로를 깎아내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했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혁신과 촘촘한 민생 공약을 약속했던 교육감 선거마저, 막판에는 과거 전과 들추기와 치졸한 흑색비방, 무차별적인 맞고발전으로 얼룩졌다. 선거판이 혼탁해지면서 미래를 위한 정책 토론이나 발전적 비전 제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이에 실망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선거전의 저질화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아파트 단지마다 쏟아지는 문자 폭탄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 대는 선거 독려 전화에 민심의 피로감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독촉 전화가 온다는 항의와 호소가 속출하고 있으며, 후보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요란한 유세 소리 틈으로 번져 가고 있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정책은커녕 서로 징계 요구와 고발만 일삼는 모습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며 “이런 진흙탕 싸움을 보려고 공보물을 들여다본 게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거티브 공방에 완전히 가려져 버린 정책 실종 상태를 비판하는 눈총이 매서워지는 가운데, 전국의 유권자가 목도하는 이 혼탁한 선거운동의 최종 성적표는 이틀 뒤인 6월 3일 밤 엄중한 선택을 통해 비로소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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