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걷기 여행은 다 여기 가요… 제주올레길 2배 앞선 '전국 1위'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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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걷기 여행은 다 여기 가요… 제주올레길 2배 앞선 '전국 1위' 트레킹 코스

위키푸디 2026-06-01 14: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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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울리는 청량한 파도 소리가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어촌 항구 어귀에서 출발해 발걸음을 옮길수록 바다는 시시각각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어느 지점에서는 태고의 신비를 품은 검은 절벽이 앞을 가로막고, 또 다른 길목에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시원한 그늘을 내어준다.

걷기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입소문을 타더니, 정부 조사에서 당당히 전국 이용률 1위를 기록한 도보길이 있다. 바로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 고성까지 동해안을 연결하는 ‘해파랑길’이다. 오랜 시간 도보 여행의 대명사로 불리던 제주올레길(12.9%)과 남파랑길(11.3%)을 두 배 이상 크게 앞지른 수치다.

그중에서도 울산과 경주를 잇는 10코스는 단일 구간 안에 항구, 절벽, 자갈 해변, 벽화마을, 모래사장이 쉼 없이 이어져 풍경의 밀도가 가장 높은 핵심 구간으로 손꼽힌다.

 

바다 냄새와 함께 걸음 시작하는 정자항 워밍업 구간

정자항. / 출처 한국관광공사
정자항. / 출처 한국관광공사

해파랑길 10코스의 장대한 여정은 울산 북구 정자동에 자리한 정자항에서 출발한다. 이른 오전 항구에 도착하면 어선들이 잔잔한 수면 위로 정박해 있는 어촌 고유의 고즈넉한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다 특유의 짭조름한 짠 내음과 활기찬 새벽판을 마친 어민들의 일상이 교차하는 이곳은 장거리 도보를 시작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기에 최적의 장소다. 도심의 소음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방파제를 천천히 두드리는 파도 소리가 걸음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기준점이 된다.

출발지부터 첫 번째 기점인 강동화암 주상절리까지는 약 2.8km 거리다. 이 구간은 평탄하게 정돈된 해안 나무 데크길과 경사가 완만한 평지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본격적인 장거리 도보를 시작하기 전 몸을 푸는 준비 코스로 제격이다. 탁 트인 바다 수평선을 오른편에 두고 가볍게 발을 내딛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트레킹에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체력적 부담 없이 동해안의 첫인상을 마주하며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다.

천연 용암 지형과 몽돌 소리 스미는 하서해안공원

강동화암 주상절리. / 출처 한국관광공사
강동화암 주상절리. / 출처 한국관광공사

정자항을 벗어나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거친 자연이 빚어낸 웅장한 지형이 눈앞에 펼쳐진다.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용암 지형으로 공인된 ‘강동화암 주상절리’다. 뜨거운 용암이 바다와 만나 급격하게 식으면서 단면이 육각형이나 사각형 모양의 기둥으로 굳어진 바위들인데, 겹겹이 쌓여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꽃 모양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절벽 위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서면 검은빛의 단단한 바위들과 동해의 짙푸른 수면이 극명한 색 대비를 이루며 시원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주 하서해안공원. / 출처 경주문화관광
경주 하서해안공원. / 출처 경주문화관광

수려한 경관을 감상한 뒤 조금 더 걸으면 이내 경주 지역의 하서해안공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모래 대신 바닥에 깔린 둥근 자갈들이 파도에 쓸리며 내는 ‘자르르’ 소리가 귓가를 사로잡는다. 은은한 자갈 소리가 해변 바로 옆에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부드럽게 번져나가는데, 솔향기와 바다 향을 동시에 맡으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장소다. 이 솔밭길 구간은 읍천항까지 약 6km 동안 길게 이어지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등 뒤를 꾸준히 밀어주는 데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풍경이 바뀌어 긴 거리를 걷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아기자기한 그림 골목 읍천항과 종착지 나아해변

나아 해변. / 출처 한국관광공사
나아 해변. / 출처 한국관광공사

자갈 해변과 소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거친 자연 풍경에 아기자기한 사람 냄새를 얹은 ‘읍천항 벽화마을’에 닿게 된다. 조용한 항구 마을 골목 구석구석마다 푸른 바다 세계와 어촌의 정겨운 이야기를 담은 다채로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앞만 보고 걷던 여행자들의 걸음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만든다.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한 골목길은 저마다의 감성을 담아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촬영 구역이 되어준다. 투박한 어촌 가옥의 담벼락에 그려진 고래와 해녀 그림을 보며 걷다 보면 장거리 도보로 뭉쳤던 다리 근육의 피로도 잠시 잊혀진다.

벽화마을의 정취를 가슴에 담고 마지막 1.2km를 더 전진하면 고운 모래가 넓게 펼쳐진 나아해변에 도착하며 총 13km의 긴 여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출발지인 작은 항구에서 시작해 화산 절벽, 솔숲, 예술 골목을 거쳐 다시 드넓은 백사장으로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매듭지어지는 셈이다. 풍경의 전환이 매끄럽고 극적이기 때문에 다리를 움직인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도보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이 길을 최고의 코스로 꼽는 이유를 마지막 발걸음에서 온전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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