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X 정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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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X 정치’ 부작용

일요시사 2026-06-01 13:4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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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톡 쏘는 ‘사이다 화법’으로 인기를 얻었다. 기득권에 저항하는 모습에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그를 국회의원에 이어 당 대표, 대통령으로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이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이재명 당 대표’가 겹쳐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메시지 속 ‘탄산감’이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흑묘백묘’ ‘실용주의’ ‘중도 보수’ 등 중도 표심에 구애했고, 상대방을 파고들던 톤도 부드러워졌다. 당선에 성공한 그는 ‘모두의 대통령’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 해당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소통? 독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이 관례처럼 따르던 이념을 벗어 던졌다. 당선 전화 역시 미국-중국-일본 순이 아닌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진행했다. “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도 기업가형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친기업 행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안마다 등장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X(구 트위터)였다. 특정 사안에 대한 기사 링크, 또는 자신의 생각을 게시한 뒤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라며 공론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탕부담금 도입, 부동산 장기보유 특별공제, 매입임대 제도 개선 역시 이 대통령이 직접 띄웠다.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첫날에는 “바가지를 신고하라”며 경기도 시흥 지역 18개 주유소의 리터(ℓ)당 휘발유 가격이 표기된 지도를 올렸고, 이를 접한 X 사용자들은 “대통령이 직접 기름값을 공지해 주는 나라” “대통령이 나서서 유가를 관리해 준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X를 애용했다. 2015년 한 X 사용자가 “업무는 안 하고 매일 근무 시간에 원숭이처럼 트윗질만 하냐”고 묻자 “트윗은 성남이 자랑하는 SNS 광속 행정의 수단이다. 트윗도 업무이고 소통 수단이란걸 모르는 바보”라고 반격한 일도 있다.

민주당 대표이던 때에도 X를 적극 활용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로서 윤석열정부와 강한 대립각을 세웠고, 2024년 4·10 총선 정국에서는 ‘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안보 참사·외교 참사·경제 참사 등으로 강공에 나섰다.

집권 1년을 앞둔 지금 이 대통령이 과거로 회귀한 것 같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그의 발언이 ‘대통령’이 아닌 ‘당 대표’이던 때로 돌아온 것 같다는 점에서다. X 사용량이 눈에 띄게 늘었을뿐더러 지지자들이 열광했던 사이다 화법이 묻어나면서 비판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선명한 왼쪽→중도 보수 탈바꿈
당선 후 누그러지나 싶더니 회귀

이 대통령이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텀블러’ 논란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 시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X를 통해 “역사적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 희생자들과 광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니 믿기지 않는다”며 질타했다.

이어 “그날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이 대체 몇이고 그로 인한 정의와 역사의 훼손이 얼마나 엄혹한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0일에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도 저격했다. X 계정에 무신사의 ‘탁 치니 억’이라는 문구가 사용된 카드뉴스를 공유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며 “제보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여러분도 함께 확인해 달라.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이라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무신사의 게시글은 2019년 7월 올라온 것으로 당시 무신사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박종철기념사업회를 방문해 사과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3일에는 또다시 스타벅스를 겨냥했다.

앞서 스타벅스가 2024년 4월16일 ‘사이렌 클래식 머그’를 새로운 머그잔 시리즈로 출시한 점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추모일을 맞아 유가족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국민들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조롱 코드를 감춘 암호 같은 이런 행사를 시작하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며 나름 즐겼을 것”이라며 “‘일간베스트 보관소(이하 일베)’도 아니고 대기업 공식 행사라는데 더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일베 등 유해 사이트 폐쇄 검토를 직접 화두에 올리기도 했다. 24일 X에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 찾아와 조롱성 행동을 했다’는 보도를 공유하며 “이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를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라고 적었다.

스벅·일베 폐쇄 수면 위로 올렸다
‘양날의 검’ 돌파형 리더십…평가는?

이 대통령의 ‘폭풍 트윗’은 정치권 문제로 번졌다. 국민의힘은 ‘입틀막’ ‘색깔론’이라고 주장했고,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재판 취소 특검을 반대하면 극우이고, 스타벅스 마실 권리 뺏지 말라고 하면 일베인가. 그런 식이면 재판 취소 반대하고 스타벅스 불매 운동 반대하는 모든 국민이 극우이고 일베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는 고발전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민감한 사회 문제에 직접 나서는 데에는 특유의 정체성을 굳히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국정 지지율이 안정권인 만큼 지난 1년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본격 메시지 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제된 형식적인 메시지가 아닌 이 대통령이 느끼고 생각하는 날것의 의견이기에 더욱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국정 지지율이 50%가 넘는데 굳이 상대편을 도발할 이유가 있었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한 ‘밀착형 행보’는 좋지만 당 대표와 대통령은 무게가 다르다”며 “이 대통령의 스타벅스, 일베 발언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슈’로 소비됐고 소위 말하는 극우 세력이 결집할 빌미를 줬다. 정부 정책도 아닌 사회적 문제에 대통령이 깊숙하게 관여하면 반대쪽이 길길이 날뛰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이어 “민주 진영 대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도 대통령의 자리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며 “말 그대로 대통령이지 않은가. 다른 스피커를 통해서도 충분히 주의를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로 가도…

일각에서는 ‘관리형 대통령’에서 ‘돌파형 대통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마찰이라고도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일베 폐쇄’ 주장 게시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공유돼 정치권의 뇌관으로 이어졌고, 묵혀둔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대표 시절에 이 대통령이 가졌던 날카로움은 그를 대권으로 이끈 일등 공신인이자 상대 진영을 결집시키는 양날의 검이다. ‘모두의 대통령’을 추구한 만큼 SNS에서 시작된 논쟁이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 정책 성과로 연결되는지 주목되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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