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지만, 박보영의 관심은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것’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골드랜드’다. 데뷔 20년 차에도 스스로를 낯선 환경에 밀어 넣는 배우는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원 상당 금괴를 손에 넣게 된 김희주가 탐욕과 배신이 난무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생존 스릴러다. 박보영이 연기한 김희주는 전 남자친구이자 비행기 기장인 이도경(이현욱)의 부탁으로 하루아침에 10kg 골드바 100개를 떠안게 되며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놓이는 인물이다.
박보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골드랜드’ 인터뷰에서 “어둡고 장르물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중심에서 끌고 간 적이 없어서 잘 묻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촬영하는 내내 이런 장르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은 다 상처가 많은데 저만 너무 멀쩡한 얼굴이라 심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제가 구르면 구를수록 좋아하셨어요. ‘조금 더 해도 될 것 같다’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도 연기하면서 처음 보는 제 얼굴이 보여서 좋았어요.”
박보영이 ‘골드랜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범죄 스릴러 장르는 남자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 많은데, ‘골드랜드’는 여자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품”이라며 “이런 작품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희주라는 인물에 저를 대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박보영은 금괴가 손에 들어와도 다시 돌려줄 것 같은 이미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런 사람이 욕심을 내고 다른 선택을 한다면 오히려 색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 않겠냐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끝냈죠.”
금괴를 손에 넣은 뒤 점차 욕망에 휩싸여 변해가는 희주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 감량도 감행했다. 박보영은 “감독님께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말라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체중을 많이 뺐다. 2~3kg 정도 감량했는데, 제 몸에서는 1kg 빼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식단을 하다 보니 기운이 없었는데, 오히려 그런 상태가 희주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액션 연기도 쉽지 않았어요. 특히 마지막에 총을 들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거운 거예요. 상황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힘들었어요. 또 총에 맞는 액션도 제약이 많더라고요. 저는 감정에만 집중하고 싶었는데 기술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서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죠.”
1500억 원 상당의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와 달리, 박보영은 실제로 거액이 생겨도 욕심을 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원래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지금도 제 재산에 너무 만족하고 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사는 친구가 있는데 늘 ‘보영아, 105번 버스를 타고 다니던 너를 잊지 말아라’라고 한다”며 웃었다.
“그런 큰돈이 생긴 상황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희주를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욕심을 가져봤거든요. 덕분에 큰 욕심을 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라오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한 느낌이었어요. 교훈을 미리 배운 것 같아서 좋죠.”
데뷔 20년 동안 다양한 작품과 경험을 쌓아온 박보영에게도 배우라는 직업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그는 “배우는 항상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쓰임을 증명해야 다음 기회가 오는 직업”이라며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결국 같은 것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박보영은 주변의 응원과 신뢰가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민이 있을 때 현장에서 만난 선배님들께 이야기를 하면 항상 명확한 답을 해주셨다”며 “주변 사람들이 응원해주시고, 제가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새로운 장르도 해보고 20주년도 맞이했고 큰 상도 받았어요. 사람으로서도 예전보다 여유가 생기고 단단해진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이 한창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오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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