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밖에 나가자고 했죠."
추운 겨울, 따뜻한 실내 훈련장을 찾아 공을 던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들은 달랐다. 개명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나선 장유호(26·한화 이글스, 개명 전 장지수)를 밖으로 이끈 건 바로 손동현(25·KT 위즈)이었다. 손동현은 "같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비시즌 캐치볼을 함께 하자고 했다. 실내에서 던지는 것과 야외에서 하는 것은 확실히 달라서 내가 끌고 나왔다"라며 웃었다.
성남고 동기인 두 선수는 졸업 후에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에도 동기 단체 대화방을 통해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특히 지난 2024년 화제가 된 장유호의 '눈물의 강판'을 본 손동현과 동기들은 짓궂은 농담으로 장난을 치면서도 아낌없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고등학교 동기의 힘든 시절을 잘 알기에, 손동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손동현은 "유호, 아니 아직은 지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지수와는 매 비시즌 운동은 같이 했었고, 함께 캐치볼을 한 건 작년 비시즌부터다. 서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먼저 캐치볼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내에서 공을 던지면 소리도 크고 공이 잘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날씨가 춥더라도 15~20분 정도는 야외에서 직접 땀을 흘리며 던지는 게 실전 감각에 훨씬 낫다"라고 설명했다.
장유호는 최근 한화 구단 유튜브를 통해 "(비시즌에) 한강 바람을 맞으며 캐치볼을 했다. 손동현이 포크볼을 정말 잘 던진다. 같이 연구하면서 포크볼만 던졌다"라고 말하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손동현 역시 "나는 150㎞/h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지만, 현대 야구에서는 평균 구속이 빠를수록 유리하다"며 "빠른 공을 던지는 지수와 몸을 쓰는 방법 등 메커니즘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의 겨울 캐치볼은 성과가 있었다. 손동현은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24경기에 출전해 3승 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2.59(24⅓이닝 7실점)를 기록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장유호는 올해 1군 등판은 없지만 퓨처스(2군)리그 13경기(9선발)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2.08(47⅔이닝 11자책점)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손동현은 인터뷰 초반 장유호의 이야기를 꺼내자 "(1군에) 올라왔어요?"라고 먼저 물었다. 아니라는 기자의 말에 아쉬워했지만, 이내 그는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기회와 결과가 찾아올 것"이라며 자신이 체득한 프로의 멘털리티를 전했다.
손동현 역시 그렇게 초반 부진을 극복해 냈다. 이강철 KT 감독도 "초기에는 자기 RPM도 안 나오고 볼 회전도 스피드도 떨어졌는데, 컸던 폼에서 계속 줄이면서 본인의 것을 되찾았다"라고 흐뭇해했다. 그가 고등학교 동기에게 조언했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것에 집중한 결과 좋았던 시절의 폼을 되찾으며 부활했다.
손동현은 "우리 팀이 불펜 투수들끼리 정말 끈끈하다. 주변에 (우)규민 선배나 (김)민수 형 등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나도 1군에서 이런 말들을 들으며 성장했고, 이 말을 지수와 공유하고 싶었다. 지수, 아니 유호도 나도 좋은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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