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펼치며 '9,000 코스피'를 향해 진격하던 국내 증시가 이번 주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막판 마찰음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를 고용 지표 발표를 앞두고, 대규모 상승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과 삼성전자의 7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E) 샘플 세계 최초 출하 소식 등에 힘입어 3.55% 폭등한 8,476.15로 마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뉴욕증시 역시 다우(51,032.46), S&P500(7,580.06), 나스닥(26,972.62)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며 투자 심리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주말 사이 전해진 중동발 소식은 투자심리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을 거부하고 조건이 강화된 수정안을 재발송한 데다, 미군이 이란행 선박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란 측도 "국민 권리가 지켜질 때까지 합의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시장이 '기본값'으로 받아들이던 휴전 시나리오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로 주말 새 MSCI 한국증시 ETF는 0.28% 하락하며 경계감을 반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이번 주 증시의 실질적인 방향성은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 속에 연준의 통화정책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5월 비농업 고용 지표(현지시간 5일 발표)에 쏠려 있다.
앞서 발표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8% 상승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선회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번 고용 지표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이끄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핵심 참고 자료가 된다.
시장 전문가 시각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와브 수석 투자전략가는 "고용이 강하고 물가가 계속 오르면 연준의 정책 전망이 달라질 수 있지만, 반대로 고용이 예상보다 약하면 긴축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고용이 15만명을 크게 웃돌 경우 경제 과열 우려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해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사상 최고치 가속 페달을 밟아온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주도주들의 숨 고르기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주에는 브로드컴 실적 발표(현지시간 4일)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5일)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최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월 말 저점 대비 80% 급등했고, 브로드컴 역시 50% 이상 오른 만큼 시장은 이번 실적이 비대해진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또한 젠슨 황 CEO가 방한해 삼성, SK, 현대차, LG,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그룹과 가질 AI·로보틱스 협력 구체화 논의도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관련 수혜주들이 지난주 이미 동반 폭등한 만큼, 호재가 선반영되었다는 인식 속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컨센서스 상향 등 상방 재료는 여전하지만, 연초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반도체 및 MLCC 등 AI 주도주 독주로 인한 업종 양극화 인식이 강해졌다"며 "이는 단기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해 이번 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