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잠실] ①한국 야구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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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잠실] ①한국 야구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잠실

연합뉴스 2026-06-01 08:0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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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개장해 44년간 숱한 명장면 연출한 한국야구사 그 자체

서울은 물론 전국 야구팬의 사랑 받은 명소…2026년 끝으로 '아듀'

잠실야구장, 2026시즌 끝으로 야구 팬들과 작별 잠실야구장, 2026시즌 끝으로 야구 팬들과 작별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있는 잠실야구장이 서울시의 '잠실 스포츠·MICE(기업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 사업'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1982년 7월 개장해 44년간 한국 야구의 메카로서 팬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받아 온 잠실야구장은 한국프로야구 역사 그 자체입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월요일 잠실야구장이 간직한 아련한 추억과 그곳의 사람들이 써 내려간 야구사(史)를 1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잠실야구장이 올해 프로야구 일정 종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호텔, 컨벤션센터, 문화·상업 시설 등을 짓는 잠실 스포츠·MICE 사업은 올해 안에 착공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잠실야구장을 대체할 새 돔구장은 3만석 규모로 지어진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 사업 조감도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 사업 조감도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잠실야구장, 줄여서 잠실을 홈으로 쓰는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1일 현재 올해 배정된 홈 경기 73경기 중 29경기를, 또 다른 잠실의 주인 두산 베어스는 71경기 중 25경기를 각각 치렀다.

두 팀의 남은 홈 경기를 합하면 90경기다. 잠실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경기가 90경기밖에 안 남았다는 얘기다.

LG와 두산은 잠실야구장 옆 잠실 주경기장에 마련될 2만석 미만의 특설 야구장에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임시로 머문다.

이미 야구인과 야구팬들은 2007년 12월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 동대문야구장이 흔적도 없이 철거되면서 깊은 상실감을 맛봤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배치도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배치도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젠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40년 넘게 한국 야구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잠실야구장마저 새 돔구장에 자리를 내준다. 아직 사라지진 않았지만, 벌써 예정된 그리움이 밀려온다.

잠실야구장은 한국의 전통 악기 장구의 측면에서 영감을 받아 1, 3루 관중석이 넓고 좌우 외야로 갈수록 좁아지는 곡선 형태로 설계돼 우리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100m, 가운데 펜스까지는 125m로 우리나라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1982년 7월 15일 공식 개장했으며 바로 다음 날 16일부터 이틀간 열린 우수 고교 초청대회가 첫 공식 경기였다. 류중일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경북고 소속으로 역사적인 잠실야구장 1호 홈런을 쳤다.

1983년 5월에 항공 촬영한 잠실야구장과 삼성동 일대 1983년 5월에 항공 촬영한 잠실야구장과 삼성동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첫 프로야구 경기는 1982년 8월 1일 롯데 자이언츠와 LG의 전신인 MBC 청룡의 대결이었다.

서울 연고 팀 MBC는 동대문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다가 잠실야구장 준공 후 홈을 바로 옮겼다.

두산 베어스의 전신 OB 베어스는 출범 당시 협약에 따라 대전을 3년간 홈으로 사용한 뒤 1985년 서울로 연고를 이전했다.

서울 연고 첫 해인 1985년에는 임시거처인 동대문야구장을 사용했고, 1986년부터 잠실에 입성해 MBC와 '한 지붕 라이벌 시대'를 열었다.

어린이날 관중 들어찬 야구장 어린이날 관중 들어찬 야구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어린이날인 5일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2026.5.5 ondol@yna.co.kr

결국 잠실야구장의 주된 서사는 주인공인 MBC와 LG, OB와 두산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 첫발을 뗀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로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극적인 우승,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결성한 우리나라 '드림팀 2'의 199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제패가 모두 드넓은 잠실벌에서 이룬 쾌거라는 점을 보면, 잠실야구장이 지닌 상징성은 특정팀과 서울에 국한되지 않는다.

1983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첫 야간경기 1983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첫 야간경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잠실야구장은 오랜 기간 가을 야구의 백미를 연출한 무대여서 자연스럽게 '전국구' 구장이 됐다.

7전 4승제 한국시리즈에서 잠실야구장을 중립구장으로 지정해 5∼7차전을 치른 이력으로 호남을 연고로 한 KIA 타이거즈(해태 타이거즈 시절 포함)는 12번의 우승 중 9번을, 대구·경북 대표팀 삼성 라이온즈는 7번 중 5번의 우승 트로피를 잠실에서 들어 올렸다.

고(故) 최동원이 위대한 '나 홀로 한국시리즈 4승 신화'의 마지막을 채운 곳도 잠실이다. 잠실은 그래서 숱한 명장면을 간직한 한국 야구의 보고(寶庫)다.

전국에 새 야구장이 들어서면서 서울 팀이 없어도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지던 한국시리즈 중립 경기는 2016년 폐지됐다.

1996년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차지한 해태 타이거즈 세리머니 1996년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차지한 해태 타이거즈 세리머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2루 주자' 임수혁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곳도 잠실이다. 2000년 4월 LG와 방문 경기를 치르던 롯데 임수혁은 2루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0년 생을 마감했다.

경기장에 상시 대기하는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도 없던 열악한 현실이 낳은 한국 야구 최대의 비극은 잠실야구장을 깊은 어둠으로 밀어 넣었다.

잠실야구장 관중석 수는 프로야구 인기와 시대상을 반영해 점차 줄어들었다.

3만500석이던 관중석은 2010년 시작과 함께 2만7천석으로, 2022년부터는 2만3천750석으로 감소했다.

2003년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잠자리채 동원한 팬들 2003년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잠자리채 동원한 팬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던 야만의 시대를 지나 좀 더 넓고 쾌적하며 안전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기고 싶다는 관전 욕구가 끌어낸 변화다.

두 구단이 안방을 나누어 쓰기에 잠실이 비는 날은 없다.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가 41년째 매일 탄생해 팬들의 눈과 귀를 재미있게 해준다.

탁 트인 하늘 아래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 LG의 열광 응원,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맞춰 두산 팬들이 흔드는 휴대전화 불빛의 장엄한 광경은 새로 생길 잠실 돔구장에서는 다신 느낄 수 없는 소중한 향수다. 노스탤지어의 시작은 대한민국을 뒤집은 한대화의 역전 스리런 한 방이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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