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석유화학 진단] 호르무즈 둘러싼 긴장 지속…韓 산업계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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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석유화학 진단] 호르무즈 둘러싼 긴장 지속…韓 산업계 영향은

한스경제 2026-06-01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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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원유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원유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중동 전쟁 완화 기대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변동을 보였지만 국내 산업계 비용 부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가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나 실제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 부족, 선박 운항 지연, 보험료 및 운임 부담 등이 정유·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 하반기 수익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 美-이란, ‘종전 밀당’ 언제까지…풀리지 않는 호르무즈 긴장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큰 유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99.58달러로 전일 대비 3.6% 상승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3.89달러로 2.8% 하락했지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 거래일(2월 27일)과 비교하면 각각 37.4%, 40.1% 높다.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가격을 일부 끌어내리기도 했지만 유가는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과 거리가 있다. 로이터는 27일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진전 기대가 커지며 원유 가격이 5% 안팎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공급 정상화 진척 결과라기보다 지정학적 위험이 일부 조정된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 해도 공급 충격이 곧바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액화석유가스(LPG)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다. 전쟁으로 선박 통항이 제한되고 보험료가 치솟은 뒤에는 해협 개방 선언만으로 단시간 내 이전 물류 체계가 복원되기 어려워졌다. 

유진투자증권은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 합산 재고가 79억배럴에 달하지만 파이프라인 충전량, 탱크 바닥 잔량, 터미널 최소 운영 물량 등을 제외한 실질 가용 재고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또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400만배럴씩 줄고 있어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기존 재고를 다시 쌓는 데 5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공급 차질 규모와 우회 수송 능력 차이도 관건이다. 증권가는 걸프 산유국 생산 규모가 전쟁 이전보다 하루 1400만배럴 낮은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과 아랍에미리트(UAE) 파이프라인을 합친 우회 수송 능력은 하루 400만~600만배럴 수준에 그친다. 해협이 단계적으로 열리더라도 손실분을 모두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재 상황은 국내 정유업계에는 단기적 관점에선 긍정적이다. 유가 상승 국면에선 보유 재고 가치가 올라가고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높지만 제품 가격 상승과 재고효과가 일정 부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유 도입 단가가 높게 유지되고 보험료와 운임이 상승하면 실제 조달 비용은 커진다. 국내 소비자물가와 유류비 부담이 커질 경우 정부의 가격 안정 압박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제마진 개선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제품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되면 운송·항공·제조업 등 전반 수요가 영향을 가능성이 크다.

▲ 정유·석화 등 관련업계 셈법 분주…“중동 전쟁, 산업계 격차 드러내”

석유화학업계 셈법은 더 복잡하다. 지난 25일 기준 화학용 납사 가격은 톤당 884달러로 전주 대비 14.7% 하락했다. 에틸렌은 1050달러로 4.5%, 프로필렌은 1200달러로 2.0%, 부타디엔은 1650달러로 1.5% 낮아졌다. 

원료 가격 하락만 보면 부담이 줄어든 모양새지만 이는 수요 둔화와 가격 조정이 반영된 결과다. 나프타 조달 안정성이 흔들리고 제품 가격까지 약세를 보이면 스프레드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특히 나프타분해시설(NCC) 의존도가 높다.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대한유화 등은 중동산 원료와 아시아 물류망 영향을 크게 받는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이미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시황이 약한 국면에서 호르무즈 리스크까지 겹치면 수익성 회복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원료 가격이 떨어져도 물량 확보와 운송이 불안정하면 생산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

높은 환율도 국내 산업계에는 부담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원유, LNG,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므로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치면 국내 기업 체감 부담 원가는 더 올라간다. 정유사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를 일부 상쇄할 여지가 있지만 석유화학·항공·물류·제조업 연관 업체는 비용을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같은 에너지 충격이라도 산업별로 실적 영향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하반기 산업계 흐름은 국제유가보다 공급망 정상화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미-이란 종전 협상 진전으로 유가가 일시 하락하더라도 선박 운항 재개, 보험료 안정, 원유·석유제품 재고 재축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중동 전쟁 충격은 유가 등락 여부를 넘어 국내 산업계 비용 구조와 수익성 격차를 뒤흔드는 변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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