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노사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카카오는 최근 노조의 파업 움직임까지 현실화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노조 성향 차이’라기보다 양사의 사업 구조와 조직 문화, 보상 체계, 최근 경영 환경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성과급을 제외했지만 기본급 인상으로 빠른 합의를 이뤘다. 네이버는 지난해 협상에서 매년 지급하던 인센티브인 스톡그랜트(연 1000만원 상당의 주식 부여) 제도를 종료하는 대신 연봉 보수액을 800만원씩 인상해 기본급을 인상한 바 있다. 이미 고정급이 높아진 상태에서 올해 5.3% 인상안이 제시되자 조합원의 동의가 비교적 수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네이버 노조의 경우 하반기 단체교섭이 남아있는 만큼 이때 성과급 산정 기준과 투명성 확보 등을 다룰 여지가 남아있다.
반면 카카오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파업 준비에 들어간다. 노조는 오는 10일 경기 성남 판교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5.3%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한 뒤 최근 조합원 찬반투표를 찬성으로 가결했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진에게는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직원 성과급 기준은 불투명하게 운영됐다는 주장이다. 과거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이른바 ‘먹튀’ 논란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 등 경영진의 신뢰도가 저하된 점도 리더십에 대해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다.
실제로 카카오 노조는 회사 실적이 개선됐지만 일반 직원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성과급 지급 기준 명확화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보상 체계의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복수의 보상안을 노조에 제시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의 경우 과거 고성장 시기에는 높은 보상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최근 실적 둔화와 함께 보상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박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500만원 규모의 RSU를 성과급에 산입하지 않는 방안을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이 1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사측은 직원 이미 지급한 RSU를 성과급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
양사의 경우 조직 구조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본사 중심 체계가 강하고 조직 문화 역시 비교적 일원화돼 있다는 평가다. 개발자 중심 문화와 장기적인 프로젝트 운영 기조가 유지되면서 급격한 내부 충돌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는 다양한 계열사와 자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공동체 구조가 복잡한 데다 인수합병 이후 조직 문화가 혼재돼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법인별 보상 격차와 의사결정 불만 등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AI 전환 과정 역시 양사의 분위기를 갈라놓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IT 업계 전반에서는 생성형 AI 투자 확대와 조직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와 비용 효율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특히 최근 수익성 개선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긴장감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이어진 카카오의 각종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너 사법 리스크, 계열사 정리, 성장 둔화, 주가 하락 등이 반복되면서 조직 내부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내 플랫폼 산업의 성장 방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처럼 고속 성장과 공격적 확장만으로 구성원 기대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AI 투자 시대에는 수익성과 효율성 압박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만 하면 보상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비용 통제와 조직 효율화 압박도 커지고 있어 노사 갈등 이슈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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