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의회가 디지털자산 입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월러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을 가상자산 거래의 결제 수단을 넘어 달러 체계의 외연을 넓히는 장치로 봤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채택하는 국가는 달러화 고정환율 제도를 채택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채택국이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수입하게 되며, 스테이블코인을 많이 쓰는 나라일수록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넓어진다고 했다.
▲ 달러 연동 코인, 통화정책 경로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한 가상자산이다. 발행사는 가치 유지를 위해 통상 국채 등 무위험 유동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한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늘수록 달러 자산 수요도 함께 커진다. 월러 이사는 이 구조를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와 연결했다.
월러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을 기술 혁신이나 결제 편의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달러 금융질서를 해외로 넓히는 수단으로 봤다. 특정 국가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커지면 그 나라의 자금 흐름과 금융 여건은 미국 금리와 유동성 변화에 더 직접 묶인다. 월러 이사가 이를 달러화 고정환율 제도에 빗댄 이유다.
▲ 입법 앞두고 나온 연준 메시지
이번 발언은 미 의회의 디지털자산 입법 논의와 맞물려 나왔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달 중순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 이른바 클래러티법 제정안을 의결해 상원 본회의로 넘겼다. 디지털자산의 법적 지위와 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 토큰을 증권, 상품 등으로 분류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았다. 스테이블코인에 보상 지급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시장 제도화의 폭을 넓히는 방향이다. 월러 이사의 발언도 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 규제 대상 넘어 통화질서 변수로
그동안 스테이블코인 논의의 중심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정이었다. 준비자산의 건전성, 발행사의 책임, 상환 안정성이 주된 쟁점이었다. 월러 이사는 여기에 다른 기준을 들이댔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통화정책 영향력을 해외로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러에 연동되고 미 국채로 뒷받침되는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퍼질수록, 민간 발행 상품이라도 달러의 영향권은 그만큼 넓어진다.
월러 이사가 채택국이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수입한다고 한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거래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으며, 자금조달 구조와 금융 비용, 정책 전달 경로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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