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나-미국 전략적 협력 '빌라세스티' 스마트 산업단지 내년 착공
"삼성·현대차·구글·MS 참여 논의 중…글로벌 첨단산업 허브 도약"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프리카는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에 머물지 않습니다. 가나에 한국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K-테크타운'(Korea Technology Town)을 조성해 공장과 기술, 인재가 결합한 미래 산업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해저 광케이블로 연결한 세계적인 공학자이자 인프라 전문가 빅터 로렌스(81) 빌라세스티 대표이사 겸 의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빌라세스티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이렇게 밝혔다.
로렌스 의장과 인터뷰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리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맞아 진행됐다. 그는 오는 2일 부대 행사인 비즈니스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협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그가 이끄는 빌라세스티 프로젝트는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45km 떨어진 약 117만평(3.86㎢·여의도 면적 1.3배) 부지에 대규모 스마트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는 글로벌 제조 혁신의 핵심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가나계 미국인인 그가 주도하는 만큼 한국과 가나, 미국이 함께하는 전략 협력 사업으로 격상돼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 AT&T 벨 연구소 연구원 출신 양경호 박사(빌라세스티 공동 창업자)가 담당하고 있다.
제조·소프트웨어·에너지·교육·의료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총망라해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현재 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있는 준비 단계로, 2027년 착공해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로렌스 의장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첨단 산업 분야에서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60억달러(약 9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해 아프리카 전체 산업 지형을 바꾸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거대한 잠재력에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도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렌스 의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에 참여를 요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측과도 연구개발센터 유치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막연한 리스크로 진출을 망설이는 한국 기업을 위해 맞춤형 'K-테크타운'을 별도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혁신 기업과 제조 공장, 연구개발 센터는 물론 전용 주거지, 학교, 병원, 쇼핑몰, 24시간 안정적인 전력·통신망 등이 완벽히 구축된 자급자족형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부지에서 약 20km 떨어진 가나 최대 항구도시 테마(Tema) 시에는 이미 현대차 조립 공장이 가동 중이기도 하다. 로렌스 의장은 테마 시를 중심으로 500명 규모의 한인 사회가 형성돼 있어 초기 진입 장벽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로렌스 의장은 미국 AT&T 벨 연구소 부사장 출신 석학이자 엔지니어, 사업가다. 해저 광케이블 시스템으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연결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생을 인프라 구축에 바친 그는 단순한 물리적 연결만으로는 대륙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로렌스 의장은 "아프리카의 진짜 미래는 도로, 에너지, 통신망 등 필수 인프라를 디딤돌 삼아 제조업, 첨단기술, 혁신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눈부신 압축 성장 모델이 이정표가 됐다고 덧붙였다.
로렌스 의장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 세대 만에 글로벌 산업·기술 리더로 발돋움한 비결은 과감한 산업화와 교육, 장기적인 비전 덕분"이라며 "이러한 성공 경험은 아프리카도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이를 확신하는 강력한 근거는 아프리카의 폭발적인 '청년 인구'다.
로렌스 의장은 "가나 인구의 약 70%가 30세 미만이며, 매년 직업전문대학 이상에서 공부한 인재 10만여명이 배출된다"면서 "청년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은 실용적인 디지털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의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오해는 아프리카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라며 "아프리카 대륙은 엄청난 인적 잠재력이 있지만, 인프라·투자·글로벌 네트워크 접근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야심 차고 혁신적인 아프리카 청년 세대가 아프리카와 세계를 위한 해결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아프리카가 21세기 글로벌 혁신과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매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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