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거리에 ‘2030 어른이’ 바글바글…폐업 고민하던 상인들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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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거리에 ‘2030 어른이’ 바글바글…폐업 고민하던 상인들 싱글벙글

이데일리 2026-06-01 05:5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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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강민혁 수습기자] “말랑이(스퀴시)를 찾는 손님들 덕에 하루 결제 건수가 1000건이 넘어요. 요즘은 매일이 어린이날 같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에 만난 문구 도소매 업체 대표 오세인(72) 씨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30년 넘게 문구점을 운영해왔다는 오씨는 “말랑이가 유행하기 전에는 결제가 하루 300건에 불과했다”며 “어린이날같은 특수가 있어야 손님이 북적였는데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권희령(32) 씨가 그간 구매한 말랑이의 모습. 말랑이는 부드럽고 폭신한 재질로 만들어져 손으로 눌렀다 놓으면 천천히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촉감 완구다.(사진=독자 제공)




취재진이 찾은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일대는 평일이었지만 2030세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0여명의 손님들은 말랑이나 왁뿌볼(왁스 코팅된 공을 부수는 장난감), 키캡 등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완구의 가격은 2000~4000원 선.

상인들은 가게 앞에서 “너무 세게 만지면 망가지니 조심하세요”라고 외쳤고 손님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귀엽다’ ‘촉감 완전 좋아’ 등의 대화를 나누며 제품을 골랐다. 직장인 권희령(32) 씨는 “스트레스와 불안감 해소를 위해 말랑이를 한 두개씩 구매하다보니 만족감이 커서 계속 사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동구 천호동 문구·완구거리. 이곳은 최근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가 이 곳에서 말랑이를 구매하는 모습이 방송에 공개된 이후 입소문을 탔다. 이 곳을 거니는 손님들의 손엔 말랑이와 키링 등이 들려있었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조동하(62) 씨는 “원래는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 손 잡고 오는 곳이었다”며 “말랑이 열풍 덕에 2030 청년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곳을 알게됐다는 김희연(26) 씨는 “아무래도 촉감이 중요한 장난감이니까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려고 방문했다. 말랑이를 이미 2개나 샀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위치한 한 문구점 앞에 손님들이 말랑이 등 촉감 완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사진=강민혁 수습기자)


◇파리 날리던 완구거리…“매일이 어린이날”

학령인구 감소와 업무·교육의 디지털화로 인해 부진을 겪던 서울 도심 문구·완구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말랑이, 왁뿌볼 등 촉감을 활용한 ‘피젯 토이(Fidget Toy·손 장난감)’가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다.

전문가들은 키덜트(Kidult, 장난감 등 완구류를 소비하는 성인층) 문화에 익숙한 청년 세대가 만성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한 장난감을 구매하며 완구거리가 활기를 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를 위해 구매층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창신동과 천호동의 문구·완구거리는 매출 부진으로 폐업의 기로에 놓였었다. 한때 120여 개에 달하는 문구·완구 매장이 들어섰던 창신동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10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천호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통구조가 다변화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부터 촉감을 강조하는 완구가 SNS에서 인기를 끌자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다시 시장을 찾게됐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송등호(70) 동대문 문구·완구 상인회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어 폐업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올해 초부터 시작된 말랑이 유행 덕분에 매출이 70% 이상 늘어 팬데믹 이전 매출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20년째 천호동에서 문구점을 운영 중인 임종수(51) 씨도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칙칙했던 거리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창신1동의 문구·회화용품 소매업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11월 대비 약 34% 증가했다.(그래픽= 구글 제미나이)


◇창신동 완구업체 매출 ‘쑥’…“소비자 취향 지속 연구해야”

청년층의 장난감 소비 증가는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이 NH농협은행·NH농협카드 고객의 상반기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 세대의 완구 관련 지출은 2024년 대비 224% 증가했다.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완구거리가 있는 창신1동의 문구·회화용품 소매업 월평균 매출은 올해 2월 기준 112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835만원)보다 약 34% 늘어난 수치다.

완구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저출생 기조로 유아·아동 완구의 소비 수요가 정체됐었는데 청년층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떄문이다. 이병우 한국완구협회 회장은 “말랑이 덕분에 완구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며 “원래 유아였던 주 타깃층이 2030 청년들로 옮겨가고 있다. 촉감완구 유행이 꾸준히 이어져 완구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의 영향을 크게 받는 MZ세대들이 이를 완화하기 위해 말랑이와 같은 촉감 완구를 찾는 것”이라며 “촉감 완구는 쥐었다 폈다 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짧은 시간에 만족을 얻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이템이 됐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성인들의 스트레스나 사회적 불만이 커질수록 완구시장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요즘 소비 트렌드의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유행을 유지하려면 소비자들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완구를 계속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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