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거주 프랑스 학생 "전쟁 속 시험 불공정"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바레인에 거주하는 한 프랑스 고등학생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중동 지역 프랑스 학교 학생들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취소하도록 이끌어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바레인의 프랑스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유네스(17)는 이달 초 마크롱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학교 측이 이달 5일부터 대면 수업을 재개하고 학생들에게 바칼로레아 준비에 집중하라고 공지하자, 그는 전쟁 여파로 정상적인 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 고교 3학년생들이 매년 6월 치르는 국가시험으로,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진학 자격을 동시에 부여한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채점되며 평균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한다.
유네스가 다니는 학교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줄곧 원격수업을 진행해 왔다. 유네스 역시 가족과 함께 고향인 프랑스 남부 툴루즈로 돌아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왔다.
이후 학교가 대면 수업 재개를 결정하자 바레인으로 돌아갔지만, 두 달 가까이 정상적인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르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유네스는 "학생들 모두 분노했다"며 "두 달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어떻게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학기 중 평가 성적만으로 졸업 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청원을 시작했다. 바레인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 프랑스 학교 학생들도 동참해 1천명 이상의 서명을 모았다.
유네스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국가 간 이동, 장기간의 원격수업이 겹치면서 많은 학생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우리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도 보냈다.
며칠 뒤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답장이 도착했다. 답장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학생들의 요청에 공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닷새 뒤인 12일 프랑스 교육 당국은 중동 지역과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불안정한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프랑스 학교 학생들에 대해 바칼로레아 시험을 면제하고 학기 중 평가 성적만 반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프랑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별도의 국가시험 없이 내신 성적으로 졸업 및 대학 진학 자격을 인정받게 됐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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