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연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을 비롯한 핵심 안보 문서 3종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방위비 규모 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민당 내부에서는 정부 초안에 방위예산 확대 목표치를 명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된 상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동맹·우방국들을 향해 GDP 대비 3.5% 수준까지 국방 지출을 끌어올리라고 재차 촉구했다. 특히 동일한 증액 목표를 공언한 한국에 대해서는 "실용주의와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며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31일자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의하면, 헤그세스 장관은 부담 분담에 소극적인 국가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회의장이 아닌 함정과 잠수함이 더 필요하다"고 직설적으로 군비 확충을 주문했다. 해당 신문은 태평양 일대 안보 환경이 중국 군사력 팽창으로 긴박해지고 있지만, 일본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헤그세스 장관과 별도 회담을 가진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방위비 관련 언급은 있었으나 특정 금액이나 결론을 상정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압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위비 이슈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미측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일본 정부 고위 인사 역시 요미우리에 "미국 요청에 따라 예산을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요미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아시아 주둔 미군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며 안보 공백을 야기한 데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무기 판매를 협상 카드로 내비친 정황이 포착되면서 각국의 자체 방위력 강화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해설했다.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일본 방위 관련 예산은 약 10조6천억엔(한화 약 98조원) 규모로 편성됐으며, 이는 2022회계연도 GDP 대비 약 1.9%에 해당한다. 이 비율은 해마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위상이 아시아안보회의 석상에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흔들림 없다고 이해해도 되는가"라고 질의하자,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 방위 전략의 핵심 축은 이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며 등을 돌리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양자 회담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이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개정해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방위력 강화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방침을 청취한 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두 장관은 적대 세력의 공격을 사전에 저지하고 유사시 대응력을 제고하는 데 뜻을 모으는 한편, 중국 관련 현안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의하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미국·유럽과 동맹·파트너국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면 이를 기회로 삼는 세력이 반드시 등장한다"며 중국·러시아 등을 겨냥해 결속 유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넓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 중인 국가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갔다. 30일에는 호주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뉴질랜드 크리스 펜크 국방장관과 첫 3국 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합동 훈련 등에서 상호운용성을 높이기로 협의했다.
31일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양 팽창에 공동 대응 중인 필리핀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과 만나 내년 퇴역 예정인 해상자위대 '아부쿠마'급 호위함과 훈련기 'TC90' 수출 방안을 논의했다. 교도통신은 아부쿠마급 호위함이 일본 정부가 살상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한 이후 첫 수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찬춘싱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는 방위산업·기술 분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실무급 협의체 신설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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