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의 파기환송심. 이날 변론을 위해 법정에는 김앤장 변호사만 6명을 비롯해 수도권 로펌 변호인단이 대거 참석했다. (사진=이현제 기자)
대전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들이 잇따라 서울 대형로펌으로 향하고 있다.
74명의 사상자를 낸 안전공업 화재 참사와 수십억원대 탈세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사건 등 지역을 대표하는 굵직한 사건들마다 수도권 대형 로펌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건은 대전에서 발생했고 피해자와 관계자 상당수도 지역에 있다. 수사는 대전지검에서, 재판은 대전지법과 대전고법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핵심 법률 대응은 서울이 맡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사건 수임 경쟁을 넘어 지역 법률시장 자체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는 모습이라고 진단한다.
대전은 전국 유일의 특허법원이 있는 법조도시다. 대전고법과 대전지법, 대전가정법원, 대전고검과 지검도 자리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사법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이다.
그럼에도 중대재해와 조세, 기업 형사사건 등 대형 사건 상당수는 서울 대형 로펌으로 향한다.
지역 법조계 안팎에서는 결국 사건 경험과 전문성 축적 기회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대전에도 충분한 역량을 갖춘 변호사들이 많지만 대형 사건일수록 서울 대형로펌을 먼저 찾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지역에서 사건 경험이 쌓일 기회가 줄어들수록 수임과 인재가 다시 수도권으로 향하는 구조도 굳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법률서비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큰 법인을 선호하는 현상은 일반 시민들의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지역에서 실제 사건을 맡을 변호사가 누구인지보다 법인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가 선택 기준이 되면서, 일부 네트워크 법인의 과도한 광고와 부실 수임 논란까지 맞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특정 로펌이나 법인이 아니라,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조차 지역 법조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큰 이름'을 찾아 수도권과 대형 브랜드로 향하는 구조에 있다.
지역 변호사들의 전문성이나 실력보다 법인 규모와 인지도, 광고 노출 여부가 의뢰인 선택 기준이 되면서 지역 법률시장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인생이 걸린 문제다 보니 가장 유명한 곳을 찾게 된다"며 "하지만 법률서비스 역시 결국 누가 사건을 맡고 실제 변론을 하는지가 중요한 만큼 단순히 이름값만 보고 선택하는 문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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