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의 3파전으로 좁혀지며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중순부터 이어진 여론조사에서는 김용남 후보가 줄곧 선두를 지켜왔으나, 선거 막판 복수의 조사에서 조국 후보가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 범진보 진영 선거연대 무산, 조국 후보가 띄운 '누가 더 민주당스럽나' 논쟁, 김용남 후보를 겨냥한 연속 의혹 제기 등이 판세를 흔든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변곡점① 조국 출마·김용남 공천에 민주·진보 선거 연대 무산
첫 번째 변곡점은 범진보 선거연대 구상이 헝클어지면서 형성됐다. 당초 평택을은 진보당의 협상 카드였다. 진보당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평택을에서 무공천을 이끌어내 김재연 후보를 독자적으로 원내에 입성시킨다는 구상이었다. 이는 지역구 한 곳의 주도권 다툼이 아닌, 진보당의 사활이 걸린 협상판이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조국 후보의 출마 선언으로 첫 균열이 생겼다. 평택을에서 일찌감치 기반을 다져온 김재연 후보는 4월 14일 조국 후보의 출마를 두고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평택인가. 대의도 명분도 없는 평택 출마를 철회하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후보를 공격했던 김용남 후보를 전략 공천하면서 갈등에 불을 지폈다. 김용남 후보는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에 참여해 조국 후보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집중 추궁한 바 있다. 서로 적대하던 두 인물이 같은 진영에서 맞붙는 아이러니한 형국이 된 것이다.
이 시점에 실시된 여론조사꽃 조사(4월 14~15일, 500명, 무선 ARS)에서 전체 응답 기준 김용남 후보 28.7%, 조국 후보 25.0%, 유의동 후보 21.0%, 황교안 후보 8.7%, 김재연 후보 5.8%로 집계됐다. 적극 투표층에서도 김용남 후보가 31.7%로, 조국 후보(28.5%)와 김재연 후보(7.1%)를 앞섰다.
김재연 후보는 4월 19일 민주개혁진보 5당 선거연대를 제안했다. 4월 30일까지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각 당 사무총장급이 참여하는 '선거연대 공식 대화기구'를 구성하고, 5월 초까지 단일화 경선을 완료하자는 내용이었다. 김재연 후보는 4월 28일 KBS 라디오에서 "범진보로 불리는 정당들이 연대의 그림을 국민에게 빨리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저희가 제시한 날짜가 4월 30일이니 조만간 답이 오지 않을까 기다린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 간 갈등으로 단일화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무렵 실시된 여론조사꽃 조사(4월 26~27일, 503명, 무선 ARS)에서는 김용남 후보 27.5%, 조국 후보 21.8%, 유의동 후보 18.9%, 황교안 후보 10.3%, 김재연 후보 6.9%로 큰 차이는 없었다.
5월 27일 서울 목동 CBS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재연 후보는 조국 후보를 향해 "평택에 오고 나서부터 계속 민주당 후보만 공격하고 있다. 평택이 민주진보 진영의 진흙탕 싸움판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국 후보는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기 때문에 반내란 세력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음날(28일) 정청래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무산이라기보다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볼 정도"라며 사실상 결렬을 선언했다.
변곡점② 조국이 띄운 '누가 더 민주당스러운가'에 범진보 표심 균열
두 번째 변곡점은 조국 후보의 '민주당 정통성' 공세가 김용남 후보의 자유한국당 소속 시절 발언 소환으로 이어진 시점이다.
조국 후보는 5월 2일 전남 담양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방선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조국혁신당은 호남에서 훨씬 더 민주당스러운 정당이다. 민주당 후보보다 훨씬 민주당답고 노무현 정신에 훨씬 부합하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문재인 대표 시절 민주당 혁신위에 참여해 현재 민주당의 당헌·당규의 골간을 만들었다"고 밝히며 민주당과의 오랜 인연을 내세웠다. 친노·친문 등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직접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이와 동시에 조국혁신당은 김용남 후보의 보수 시절 발언 소환에 나섰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5월 1일 논평을 내고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민들이 비판하자 '일본 총리가 어떻게 매번 사과를 하냐. 일본 국내 정치를 고려하면 사죄와 반성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피해 할머니들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대해 '활동기한 내내 사실상 하는 일이 아무 일도 없이 국민 세금만 낭비한다, 엉뚱하게 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 7시간 행적 조사'를 한다며 유족들의 진상규명 노력을 외면했다"고도 비판했다. 이 밖에도 김 후보의 과거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발언 등을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은 김용남 후보가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유가족을 모욕했다"며 출마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연일 압박이 이어지자 김용남 후보는 5월 11일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조국 후보는 5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세월호는 사과하고 이태원 참사는 왜 사과 안 하나"라며 추가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용남 후보는 5월 8일 경기 평택시청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후보를 겨냥해 "입시 비리 등으로 실형을 확정받은 분이 마치 전부 무죄를 받은 것처럼 행세하지만, 어떤 잘못으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는지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DJ가 옳았다, 노무현 정신은 아직도 살아있다, 이재명이 현명하다는 것을 저 김용남이 이곳 평택을에서 증명하겠다"며 민주당 정통성 맞불을 놨다.
두 후보 간 신경전이 본격화한 직후 실시된 KBS·한국리서치 조사(5월 11~14일, 500명, 무선 전화면접)에서 전체 기준 김용남 후보 24%, 조국 후보 22%로 격차가 4월 14~15일 조사(3.7%p) 대비 2%p까지 좁혀졌다. 이어 유의동 후보 18%, 황교안 후보 7%, 김재연 후보 4% 순이었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김용남 후보 28%, 조국 후보 26%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5월 16~18일, 500명, 무선 전화면접)에서는 전체 기준 김용남 후보 31%, 조국 후보 27%, 유의동 후보 17%, 황교안 후보 7%, 김재연 후보 2%로 나타났으나, 적극 투표층에서는 김용남 후보 33% 대 조국 후보 32%로 사실상 동률이었다. 민주당 지지층 중 27%가 조국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 조사에서 확인됐다.
변곡점③ 김용남, 보좌진 폭행·성범죄 변호 이력 드러나며 자격 논란
세 번째 변곡점은 5월 18~19일 이틀에 걸쳐 집중 제기된 김용남 후보 관련 의혹들이다. 뉴스토마토는 5월 18~19일 김용남 후보가 2012년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이후 2024년까지 법무법인 삼우·일호 등에서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성범죄 사건 피고인들을 다수 변호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20세 전후 남성 6명이 공모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만취시키고 차례로 성폭력을 저지른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 측은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 등이 기사에 담겼다. 이러한 이력이 논란이 되자 김용남 후보는 2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대표변호사 신분으로 선임계에 이름만 넣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등록이 완료된 상황에서 당 차원의 후보 검증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이미 등록이 끝난 이후 제기된 의혹인 만큼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대변인은 "이번 의혹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 시기에 제기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의혹의 사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5월 19일에는 2015년 당시 의원실 보좌진 A씨가 김용남 후보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폭행을 당했다는 프레시안 보도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김 후보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화를 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인데, 그걸 폭행이라고 표현하는 건 다소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후 '과거의 미숙함과 불찰을 깊이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과거 제 의원실 보좌진과의 일에 대해, 저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업무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크게 화를 낸 것은 전적으로 저의 미숙함이자 불찰"이라고 전했다.
두 의혹이 겹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꽃 조사(5월 21~22일, 500명, 무선 ARS)에서 김용남 후보 28.9%로 직전 MBC 조사 대비 2.1%p 소폭 하락했으나 조국 후보(24.9%)도 동반 하락해 해당 사안이 지지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김용남 후보 30.8% 대 조국 후보 28.1%로, 5월 16~18일 조사(김용남 후보 33%·조국 후보 32%)에서 확인된 박빙 구도가 이어졌다.
변곡점④ 김용남 대부업 의혹까지 일자 적극 투표층 역전·골든크로스
네 번째 변곡점은 5월 22일 TV조선 보도로 불거진 차명 대부업체 운영 의혹이었다. TV조선은 이날 김용남 후보가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농업회사 법인이 대부업체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사무실 직원 이름만 빌려 대표이사를 맡겨놓은 것", "배당은 어차피 다 내 것"이라는 발언이 담겼다. 해당 보도는 타인 명의로 대부업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등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혹과 관련해 김용남 후보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생이 설립한 농업회사 법인 자회사였던 업체 일이다. 2020년경 동생이 경영이 어렵다고 맡아달라고 해 떠안았다. 이 업체 경영에 관여한 적도 없고, 급여나 배당 수익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2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회사 '만사무사대부'와 '김용남' 사이에 예금 거래가 없다는 내역서를 공개하며 "해당 법인으로부터 배당·급여·수익을 받은 사실은 단 한 번도 없다. 근거 없는 음해와 왜곡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2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서는 "모회사의 주식을 제가 정식으로 인수받았고 이미 신고와 등기도 모두 마친 상태다. 차명 의혹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배당, 급여, 수익 등 받은 것이 전혀 없다"며 "공세가 계속되길래 은행을 통해 해당 업체로부터 1원 한 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증명서 발급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여파는 이후 두 조사에서 동시에 확인됐다. KBS·한국리서치 조사(5월 24~27일, 500명, 무선 전화면접)에서 전체 기준 조국 후보 24%, 김용남 후보 22%, 유의동 후보 20%, 황교안 후보 7%, 김재연 후보 5%로, 조국 후보가 해당 여론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수치상 1위에 올랐다. 적극 투표층에서도 조국 후보 30% 대 김용남 후보 24%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5월 26~27일, 500명, 무선 전화면접)에서도 조국 후보 29%, 김용남 후보 26%으로 골든크로스가 재확인됐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조국 후보 33% 대 김용남 후보 27%로, 선거 초반인 4월 14~15일 여론조사꽃 ARS 조사에서의 적극 투표층 표심(김용남 후보 31.7% 대 조국 후보 28.5%)와 비교하면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 중 32%가 조국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도 이 조사에서 나타났다.
평택시을은 유의동 후보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과 미래통합당 후보로 2014년부터 세 번 당선됐던 지역구다. 이 흐름을 민주당이 뒤집은 시기는 2020년 총선이었다. 범진보 표심이 분열된 채 5자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재선거에서 그 기반이 유지될지, 아니면 다시 뒤집힐지 답은 6월 3일 나온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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