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 15년 만에 일반 방문객이 걸을 수 있게 된 목장이 있다. 2010년 구제역 이후 출입이 막혔던 '서산한우목장'이다. 지난해 말 목장 안에 2.1km 길이의 웰빙산책로가 열리면서, 그동안 외부에 닫혀 있던 초지 일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서산한우목장은 NH농협은행 한우개량사업소가 운영하는 대규모 목장으로, 전체 면적만 약 21.06㎢에 달한다. 1969년 운산면 원벌리와 용현리 일대 산지를 개간해 만든 뒤 지금까지 한우 개량과 유전자원 관리를 맡아왔다. 현재 목장 안에서는 한우 약 3000두가 자라고 있으며, 씨수소 한 마리의 가치가 약 20억 원에 이를 만큼 방역과 관리가 중요한 시설로 꼽힌다.
오랜 시간 외부 출입이 제한된 덕분에 목장 안 풀밭과 구릉은 인위적으로 꾸민 공원과 다른 모습으로 남았다. 완만한 언덕 위로 초지가 넓게 펼쳐지고, 능선 너머로 하늘이 크게 열리는 풍경은 충남 내륙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개방 직후 SNS에서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풍경 때문이다.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는 풀빛이 가장 깊어지고 장마 전 맑은 날씨까지 더해져, 서산9경 중 제8경으로 꼽히는 목장의 모습을 가장 보기 좋은 때로 꼽힌다.
구릉 위 데크로드를 따라 걸으면 펼쳐지는 파노라마
산책로는 전체 길이 2.1km로, 출발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 코스다. 한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면 처음 들어섰던 자리로 돌아오게 돼 길을 되짚어 나올 일이 없다. 전 구간이 데크로드로 이어지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걸음을 서두르지 않고 사진을 찍거나 초지를 바라보며 이동해도 한 바퀴를 도는 데는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길은 목장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다. 걷다 보면 중간중간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가 나오고, 그곳에 서면 초여름 풀빛이 짙어진 구릉과 넓게 펼쳐진 초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는 한우들이 천천히 풀을 뜯거나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구릉 사이로 안개가 낮게 깔렸다가 햇살이 올라오면서 조금씩 걷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능선 위로 부는 초여름 바람과 풀 냄새까지 더해져 도심 산책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코스 중간에는 서산 관광 캐릭터인 ‘가티’와 ‘오슈’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두 캐릭터는 가로림만에 사는 점박이물범을 본떠 만든 캐릭터로, 목장 초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자리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아이들과 함께 온 여행객이 잠시 쉬어가며 사진을 찍는 지점으로도 많이 찾는다.
5월 말에서 6월,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
서산한우목장의 초지는 찾는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을 낸다. 5월 말부터 6월 사이에는 풀빛이 가장 짙어지고, 장마 전 맑은 하늘까지 더해져 능선과 초지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한우들이 풀을 뜯는 모습도 이 시기에 가장 선명하게 담겨, 넓은 초지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여름이 깊어지면 습도가 높아지고, 가을로 넘어가면 풀빛이 조금씩 옅어진다. 봄 초입에는 아직 풀밭이 성글게 보일 수 있어, 넓은 초지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가 가장 좋다.
목장이 있는 운산면 일대는 산지에 가까운 지형이라 같은 날에도 도심보다 기온이 낮게 느껴질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날도 많아 이른 아침에 방문한다면 얇은 겉옷을 챙기는 편이 낫다. 주말에는 오전부터 차량이 몰리는 편이다. 전용 주차장은 112대 규모로 마련돼 있지만, 초지 풍경이 좋은 시기에는 오전 9시부터 정오 사이에 혼잡해질 수 있다.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다면 평일 오전에 찾는 일정이 가장 무난하다.
무료 개방이지만 꼭 지켜야 할 현장 규칙
서산한우목장은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별도 휴무일 없이 개방된다. 다만 폭설이 내리거나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면 현장 상황에 따라 문을 닫을 수 있어, 먼 거리에서 찾는다면 출발 전 서산시청 관광과 관광시설팀에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화장실은 주차장 입구에만 있고 산책로 안에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데크로드에 들어서면 중간에 되돌아오기 번거로울 수 있으니 걷기 전에 미리 들러두는 것이 좋다. 외부 음식물과 음료는 안으로 가져갈 수 없고, 전 구간에서 담배도 피울 수 없다. 목장 안 방역과 동물 보호를 위한 규정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할 때는 목줄을 착용하고 배변봉투를 챙겨야 하며, 현장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
15년의 공백이 만들어낸 것, 그리고 앞으로 챙겨야 할 것
2010년 구제역 이후 굳게 닫혀 있던 서산한우목장이 15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는 점은 새 산책로 하나가 생긴 일로만 보기 어렵다. 오랜 시간 외부인 출입이 제한됐던 덕분에 목장 안 초지와 구릉은 인위적인 개발을 크게 거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잘 꾸며진 공원과 달리, 넓은 풀밭과 완만한 언덕이 목장다운 풍경을 그대로 남기고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래서 방문객이 많아질수록 정해진 길을 벗어나지 않고, 음식물 반입 금지 같은 이용 수칙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산책로 안에서 규정을 어기는 일이 반복돼 목장 운영에 부담이 생기면, 다시 출입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서산한우목장은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곳인 만큼, 방문객도 목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조심스럽게 머무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산한우목장 방문 전 확인해야 할 정보
서산한우목장을 찾기 전에는 위치와 이용 시간을 먼저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주소는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해운로 620이다. 내비게이션에는 ‘서산한우목장 웰빙산책로’를 입력하면 주차장 쪽으로 길이 잡힌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11월부터 2월까지의 운영시간은 방문 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따로 받지 않으며, 주차장은 112대 규모로 마련돼 있다.
걷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데크로 이어져 운동화만 신어도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목장 능선 위로 올라서면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있어,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얇은 겉옷을 챙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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