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경제안보 패러다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제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미·중 패권경쟁, 팬데믹 공급망 병목, 러우전쟁 등을 거치며 경제적 수단수출통제, 보조금, 산업정책이 안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안보 논리가 기업·정부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됐다”면서 “이에 우리 경제에서 설비투자의 경기 동조성 약화, 해외직접투자 확대, 군비지출국방비, 방산투자 증가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이 추세적으로 확대되면서 안보·글로벌 요인이 투자 변동에 기여하는 비중이 2016~2019년 평균 33.1%에서 2020년 이후 평균 48.7%로 약 15.7%p 상승해 시장·경기 요인(51.3%)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자동차 산업도 안보·글로벌 요인의 기여 비중이 2015~2019년 평균 25.9%에서 2020~2024년 평균 50.9%로 약 24.9%p 확대더됐다.
해외직접투자 또한 경제안보 확보를 위해 증가하고 있다. 조금 수혜, 비관세 장벽 우회, 글로벌 기술표준 경쟁 참여 등을 위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1990년대 이후 생산거점 해외 이전 과정에서 핵심 제조 역량이 약화되며 장기 저성장을 경험한 일본 사례를 감안, 핵심 설비·공정의 단계적 유출은 협력업체 생태계 붕괴, 고숙련 인력 이탈, 기술 노하우 유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단순 세제·보조금 지원에서 나아가 규제 샌드박스 확대, 첨단산업 특화 클러스터 조성 등의 지원 및 제도개혁을 통해 기업들의 잔류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 또 “반도체·배터리·소재 산업이 주요국의 전략적 파트너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주요국 산업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한국 기업의 투자와 통상 협상을 연계하는 전략적 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핵심 우방국들과의 협의 채널을 통해 첨단기술·핵심광물 공급망 정보를 긴밀히 공유함으로써 ‘기술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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