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지난 1년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천명하며 다변화된 외교 전략을 모색했다.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력 논의를 진전시켰으며, 중국·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외교 성과를 거뒀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내세운 가운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것은 과제다.
이 대통령은 임기 1년 차에 순방 9회, 14개국 방문과 양해각서(MOU) 126건 체결 등 정상외교에 힘썼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단 기간인 147일 만에 한·미 정상 간 상호 방문을 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 워싱턴 D.C 정상회담에 이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차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발전소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JFS)에 명시됐다.
중국과는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올해 1월 이 대통령 국빈 방중을 계기로 한·중관계 전면 복원을 선언하며 관계 개선에 속도를 냈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됐던 중국 구조물 관리시설을 수역 밖으로 이동시킨 것은 성과로 꼽힌다.
일본과의 관계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물러나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한 후에도 갈등보다 협력에 무게를 두며 안보·경제 공조를 이어갔다. 7차례 한·일 정상회담 및 회동을 통해 정상 간 ‘셔틀외교’를 조기 복원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기조를 강화했다.
다자외교에 있어서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전방위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역대 최초로 한국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는 등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위기는 정부 입장에서는 커다란 시험대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 선박들의 발이 묶인 가운데 지난 4일에는 해협 내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 HMM 나무호가 공격받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군 수송기와 전세기 등을 투입해 교민 대피를 지원하고, 이란·미국 등 관련국과 연쇄 협의를 벌이며 선박 안전 확보와 통항 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나무호 피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와 재발 방지 요구를 전달했다. 가자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의 선박 나포로 체포된 한국 국민들을 이스라엘 정부가 석방 조치하는 일도 있었다.
대북정책은 ‘적대와 대결’의 남북 관계를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직후 대북 신뢰회복 조치들이 잇따라 시행됐다.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 1년 만에 전격 중단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도 통일부의 단체 설득과 관련 법안 통과로 일단락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2023년 12월 말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작년 8·15 경축사에서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대북정책 3원칙을 천명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가 효력을 중지시킨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단계적 복원을 예고했다.
더불어 북·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피스메이커(peacemaker)’와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론을 제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3일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베이징 톈안먼광장에 나란히 섰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서방·반미국 연대’를 명확히 한 가운데, 우리의 국익중심 실용외교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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