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자해로 응급실을 찾은 10~20대 청소년·청년층의 단기 재시도 위험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상담 인력을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지만, 상담 응대율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고위험군을 제때 붙잡을 수 있는 생명안전망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김태한 서울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등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자살 시도 또는 자해로 서울 시내 응급실을 찾은 환자 4452명이다. 이 가운데 24세 이하 청소년과 젊은 성인은 1445명으로 전체의 32.5%를 차지했다.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해 환자 3명 중 1명이 24세 이하였던 셈이다.
24세 이하 환자 1445명 가운데 60일 이내 자살 시도나 자해로 다시 응급실을 찾은 경우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7.1%, 약 14명 중 1명꼴이다. 같은 기간 단기 재시도율은 25~40세 5.8%, 41~60세 4.8%, 61세 이상 2.3%로 나타났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단기 재시도 위험이 높았던 것이다.
위험 요인도 확인됐다. 여성은 남성보다 재방문 위험이 1.93배 높았고, 혼자 사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57배 높았다.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는 2.41배, 이전 자살 시도나 자해 이력이 있는 경우는 1.54배 더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청소년과 젊은 성인 가운데서도 여성,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 정신과 치료 이력이나 과거 시도 이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위기 신호를 받아내야 할 상담 체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는 지난해 35만2914건의 상담 전화가 접수됐다. 2023년 21만9650건에서 2024년 32만2116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109 번호 통합 이후 인입량은 46% 증가했다.
반면 응대율은 떨어졌다. 2024년 56.9%였던 응대율은 2025년 47.3%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루 평균 1118건의 상담 요청이 들어오지만, 하루 최대 응대량은 580건 수준이다. 실제로는 하루 평균 532건가량을 응대하고 있어 약 600건은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절박한 구조 요청이 상담 인력 부족으로 대기 상태에 머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복지부는 상담 체계 전면 개선에 나섰다. 현재 103명인 상담 인력을 7월 110명, 9월 145명, 10월 200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97명을 추가 채용한다. 상담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2~3개월의 교육 기간이 필요한 만큼,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즉각 대응을 위한 민간 연계도 추진된다. 복지부는 6월부터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와 협력해 야간 상담 수요를 분산하기로 했다. 109 통화 대기가 길어질 경우 생명의전화 상담 연결을 선택하면 해당 상담원에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상담 요청이 야간에 50% 이상 몰리는 만큼, 야간 응대 공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7월부터는 신속응대담당팀도 운영된다. 대기 중인 내담자가 위급한 상황인지 확인하고, 긴급 위기 대응이 필요한 경우 센터 내 사례관리사가 공동 대응한 뒤 경찰에 신속히 알려 현장 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다. 응대하지 못한 전화 속에 즉각 개입이 필요한 사례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상담 인력 처우 개선도 병행된다. 극단적 위기 상황을 반복적으로 응대하는 상담원들의 정서적 소진이 큰 만큼, 복지부는 수당 체계를 개편하고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상담원 정서 소진 방지 프로그램과 역량 강화 교육도 지원한다. 현재 평균 근속 기간이 3년 미만에 그치는 문제를 개선해 장기근속과 전문성 유지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도 도입된다. 복지부는 상담 업무 지원 AI 솔루션을 개발해 11월부터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상담 후 약 20분이 걸리는 상담일지 작성 시간을 5분 수준으로 줄이고, 상담 통계 기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생활고 상담 등 지역 사례 관리 체계로 연결해야 하는 사례는 과거 상담 이력을 AI로 분석해 선별과 연계를 더 빠르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대응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 공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상담 인력이 200명까지 늘어나는 시점은 10월로 예정돼 있고, 그 전까지는 민간 연계와 신속응대팀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청소년·청년층의 단기 재시도 위험이 60일 안에 집중된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응급실 퇴원 이후 상담·치료·지역 사례 관리로 이어지는 사후 관리 체계가 촘촘하게 작동해야 한다.
지역별 자살률 격차도 과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시도별 자살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제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3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24.6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주도는 2029년까지 자살률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로 청년을 포함한 연령대별 맞춤형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는 절박한 국민의 마지막 구조 요청을 맨 먼저 받는 생명 안전망”이라며 “단 한 통의 전화도 놓치지 않는 상담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인력 확충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상담 전화의 응대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청소년·청년층의 반복 시도 위험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응급실을 찾은 고위험군을 퇴원 이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 상담전화, 경찰·소방 등 긴급 구조체계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생명안전망은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에 시작되지만, 실제 예방 효과는 그 이후의 추적 관리와 재개입에서 갈릴 전망이다.
※ 우울감 등 힘든 감정으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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