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격차에 노란봉투법까지···반도체 시장에 번진 하청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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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격차에 노란봉투법까지···반도체 시장에 번진 하청 반발

이뉴스투데이 2026-05-31 14: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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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원청 대기업의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의 박탈감도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전면 시행된 노란봉투법 영향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법적 대응 가능성이 커지며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노사 리스크가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 성과급 논쟁은 주로 원청 대기업 내부 문제로 다뤄졌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수억 원대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알려졌고,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폐지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호황이 본격화하면서 성과 배분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논란은 협력업체로 옮겨붙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는 “같은 반도체 생태계에서 일해도 보상은 원청에 집중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원청의 생산과 납기, 품질을 함께 떠받쳤지만 초호황의 과실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이다.

20~30대 저연차 직원들의 박탈감이 두드러진다. 같은 세대의 삼성전자 직원이 한 번에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몇 년간 모을 돈을 성과급으로 받는 것을 보면 허무하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보상 격차가 반도체 공급망 내 인력 이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력업체의 구조적 한계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물량은 업계 최고 수준의 일감이지만, 원가 절감 요구와 납품 단가 경쟁은 협력업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량 유지를 위해 낮은 단가를 감수하면서도 원청 요구 조건을 맞춰야 하는 구조에서 현장의 기여 인식과 실제 보상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에서는 갈등이 법적 대응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 물류 하청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원청인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성과급·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시정 신청이나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청 노조 측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도 반도체 생산 성과를 함께 만든 주체인 만큼 성과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본사 직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생장려금이 지급됐다는 점이 갈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노란봉투법이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과급 격차 논란이 노란봉투법과 결합하면서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소송·쟁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타워크레인 노조 총파업으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캠퍼스 등 주요 공사 현장의 일부 장비가 멈춰섰다. 노조는 발주자가 시공사나 임대사를 거치지 않고 기사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원청·발주자를 직접 겨냥한 요구가 공사 현장에서도 부상한 셈이다.

타워크레인은 철근·콘크리트 등 후속 공정과 연결되는 핵심 장비다.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공장 증설 일정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건설 현장 파업은 단순 노무 갈등을 넘어 투자 일정과 공급망 안정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을 통한 핵심 인재 보상은 글로벌 경쟁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성과는 원청뿐 아니라 협력사·하청·건설 현장까지 연결된 공급망 전체가 만든 결과”라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책임을 둘러싼 요구가 커진 만큼, 기업들도 성과 배분과 상생 구조를 더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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