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5개월여에 걸친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SK하이닉스로 옮겨가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이르면 다음 달 2026년 임금협상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 합의안이 사실상 비교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 임금협상에서는 성과급보다 복지제도 개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폐지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며 성과급 제도화에 나선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관련 논의의 상당 부분을 앞서 정리한 셈이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택자금 지원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단체협약을 통해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택 구입 자금 최대 5억원, 전세 자금 최대 3억원을 연 1.5% 금리로 지원하는 사내 주택대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환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현행 주택자금 융자 한도는 최대 1억원 수준이다. 금리는 연 1.5%로 삼성전자와 같지만, 대출 한도에서는 차이가 크다. 상환 방식 역시 1년 거치 후 15년 원금 균등 상환 구조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처럼 주택대출 한도를 5억원까지 확대해야 한다”, “주택자금 지원을 올해 협상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인상률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6.2% 인상에 합의했다. SK하이닉스 노조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회사 실적 개선세를 근거로 삼성전자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인상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SK하이닉스 노사 협상은 삼성전자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성과급 산정 방식과 DS·DX 부문 간 보상 격차가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지만, SK하이닉스는 이미 PS와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체계를 손질한 상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3년 PI 지급 체계를 기존 최대 기본급 100%에서 영업이익률에 따라 최대 150%까지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때문에 올해 협상은 성과급 제도 개편보다는 주택자금 지원, 유류비·통신비 등 복지 항목, 임금 인상률을 중심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합의안이 반도체 업계 전반의 보상 눈높이를 끌어올린 만큼, SK하이닉스 노조도 이를 참고한 요구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 체제도 변수다. SK하이닉스에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존재한다. 두 노조가 별도로 임금협상에 나설 전망인 만큼, 직군별 요구와 협상 전략이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임협이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반도체 업계 전반의 노사 협상 기준선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복지제도 개선, 주택자금 지원 확대 등이 대형 반도체 기업 임협의 공통 의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성과급 체계 개편을 마친 만큼 올해 협상에서는 주택자금 지원과 복지제도 개선이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 사례를 지켜본 만큼 노사 모두 장기 대립보다는 실리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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