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연안 국가를 상대로 한국 축구가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지시간 30일 미국 유타주 프로보 브리검영대 경기장에서 펼쳐진 친선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이 상대를 무려 5골 차로 제압했다.
경기의 포문을 연 주인공은 역시 캡틴이었다. 전반 40분, 대전 소속 김문환이 지면을 타고 보낸 공을 손흥민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균형을 깼다. 불과 3분 후 페널티 스폿에 다시 선 그는 두 번째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팀에 쐐기를 박았다. A매치 개인 통산 55·56번째 골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남자 대표팀 최다 골 기록(58골)과의 격차가 이제 고작 두 골로 좁혀졌다.
후반 들어서도 공세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울버햄프턴 소속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네 번째 골을 보탰고,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활약 중인 조규성은 이동경의 크로스를 머리로 연결한 뒤 설영우의 패스까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개인 두 골을 신고했다. 프로보까지 원정 온 교민 관중들은 연이은 골 세리머니에 환호를 쏟아냈다.
다만 승리의 기쁨 속에서도 우려스러운 장면이 있었다. 조유민과 배준호가 각각 부상 징후로 도중 교체됐기 때문이다. 특히 조유민은 의료진에 업혀 그라운드를 벗어났고, 배준호 역시 부축을 받으며 퇴장해 회복 상황을 지켜봐야 할 처지가 됐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사전 캠프에 일찍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K리그 및 잉글랜드 2부리그 소속 선수들을 주축으로 출전 명단을 구성했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에게는 최전방 원톱 임무를 맡겼고, 그 뒤를 배준호와 이동경이 뒷받침하는 형태를 택했다. 수비는 지난 시즌부터 적극 활용해온 3백 체제를 유지했다. 강원에서 깜짝 차출된 이기혁은 왼쪽 중앙 수비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월드컵 본선 상대국들의 분석을 교란하려는 전술도 눈에 띄었다. 선수들은 평소와 다른 등번호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섰다. 손흥민은 상징과도 같은 7번 대신 13번을, 평소 13번인 이태석이 거꾸로 7번을 부착했으며, 김민재 역시 4번이 아닌 16번을 달았다.
전반 초반 한국의 공격은 좀처럼 연결되지 못했다. 손흥민이 단독 돌파 후 프리킥 기회를 만들었으나 수비벽에 막혔고, 김문환의 크로스가 크로스바를 때리는 등 불운도 겹쳤다. 두 번째 유효 슈팅은 31분에야 터졌는데, 백승호의 헤더는 상대 골키퍼 선방에 저지됐다. 직후 조유민의 볼 로스트로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한범의 결정적 태클이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치러진 아홉 차례 친선 경기에서 홍명보호는 5승 1무 3패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3월 유럽 원정에서 코트디부아르(0-4)와 오스트리아(0-1)에 연달아 패하며 흔들렸던 분위기는 이번 대승으로 일단 반전됐다. 상대 국가의 FIFA 랭킹은 102위로 한국(25위)보다 77계단 낮으며,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한 팀이었다.
대표팀은 현지시간 6월 3일 엘살바도르와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이 열릴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해발 1천460m의 솔트레이크시티에 베이스캠프를 꾸린 것 역시 과달라하라 고지대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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