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제조·산업 중심의 인공지능 전환(AX)을 넘어, 오픈AI의 GPT나 앤스로픽의 클로드와 경쟁할 수 있는 범용 프론티어 AI 개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론티어 AI(Frontier AI)’는 전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최첨단 범용 인공지능을 뜻한다. 단순 챗봇을 넘어 인간 수준의 추론, 코딩, 수학·과학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공일반지능(AGI) 직전 단계다. 천문학적 자본을 쥔 미·중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으며, 오픈AI의 ‘GPT-4o’, 앤스로픽의 ‘클로드·미토스’,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대표적이다.
배 부총리는 최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기술 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다가올 AGI 시대를 대비한 정부의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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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AGI 충격 가능성…시나리오 플래닝 가동”
배 부총리는 AI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인간 연구자들이 AI 모델을 개발해 왔지만, 수년 내 AI가 스스로 AI를 학습·개선하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가 간 기술 격차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대비해 과기정통부는 장기적인 시나리오 플래닝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GI가 연구개발(R&D) 체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국가 연구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인간 연구자와 AI가 협업하는 ‘초지능 과학자(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Scientist) 시스템’ 구축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단순한 챗봇 수준을 넘어 AI가 과학 연구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자율형 연구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며 “국가 전략 프로젝트인 K-문샷과 연계해 관련 시스템 설계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AI가 신약 개발, 소재 연구, 기초과학 분야에서 연구자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에이전틱 AI 시대, 기술 주권 확보해야”
배 부총리는 앞으로 AI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 프로젝트’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국민과 공공부문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생산성을 높이고 AI 활용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앞으로는 AI와 AI가 서로 협업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해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국가 경쟁력은 물론 기술 주권과 안보 측면에서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AI 예산은 빅테크 한 곳 수준”…인프라 대폭 확충
한국 AI 산업의 현실에 대해서는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배 부총리는 “현재 정부의 AI 관련 예산 규모는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한 곳이 투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독자 모델을 개발해 왔지만 프론티어 AI에 도전하기에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GPU 26만 장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AI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AI 반도체(MPU) 기업들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한국형 AI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고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나설 방침이다.
◇“2035년 이후까지 내다보는 미래 전략 필요”
배 부총리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기존의 고정된 중장기 계획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5개년 단위 계획만으로는 AI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 미래전략회의를 통해 2030년 이후의 기술 변화와 국가 전략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상정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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