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웹툰서 '루나파크 일인용 우주' 정식 연재 시작
"존재감 있는 茶 같은 만화 원해…용감하게 다양한 이야기 할게요"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사람들이 차를 마시면서 생각하고 삶을 돌아보기도 하잖아요. 차는 마시는 것 자체도 일종의 루틴이 되고, 다른 음식 틈에 껴 있어도 존재감이 없지 않죠. 그런 차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29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웹툰 작가 루나는 이른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등 도파민을 자극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넘쳐나는 웹툰 시장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진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루나 작가는 "같은 요일에 공개되는 웹툰을 보니 화려하고 멋진 그림들이 내가 봐도 재밌어 보였다. 내가 봐도 '이 틈에서 이런 평범한 사람이 눈에 보일까' 했다"면서도 "어쩌면 그런 틈에서도 일상을 얘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며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1월 1일부터 그려왔으니 벌써 20년째 독자를 만나고 있지만, 웹툰 플랫폼 연재는 난생처음이다. 늘 개인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던 그는 처음으로 카카오웹툰을 통해 신작 '루나파크 일인용 우주'를 공개했다.
'루나파크 일인용 우주'는 전세 사기 경험담으로 큰 화제를 모은 '루나의 전세역전'을 잇는 신작이다. 40대 어른의 일상과 주거, 경제적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실용적인 정보와 공감을 함께 전한다.
작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기 위해 대표작인 '루나의 전세역전'을 세로형 웹툰 문법으로 보완해 초반에 배치했다.
스스로를 '재야의 만화가'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루나 작가는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한 '루나의 전세역전'으로 "다음 화 언제 나오냐?", "기다리고 있다"는 독자의 호응을 확인하며 짜릿함을 느꼈다. 이렇게 경험한 '연재의 맛'으로 정식 연재를 결심했다는 그는 다른 '1년 차' 작가들처럼 투고를 통해 웹툰 연재 기회를 잡았다.
그는 "예전에도 정식 연재 기회가 있긴 했지만, 그땐 의무감을 갖고 싶지 않았다"며 "가족이 매우 아프면서 인생관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게 미루다가는 영원히 기회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간은 여성 독자가 90%에 달하는 개인 SNS를 통해 웹툰을 공개했지만, 다양한 독자층이 공존하는 플랫폼 연재는 그에게도 도전이다. 그림을 그려온 시간 동안 독자들과 함께 크고 늙어간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카카오웹툰 연재로 "새로운 독자를 만났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마감일을 지켜야 하는 것도 루나 작가에게는 새로운 규칙을 정립하는 일이다.
"연재 전엔 규칙적으로 할 일이 없으니까 일이 있을 때마다 농번기, 농한기가 번갈아 오듯이 살았어요. 지금은 새로운 루틴을 찾고 있죠. 저도 회사 생활을 오래 했었고, 만화도 20년을 그렸으니 새로운 회사에 들어간 것처럼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2019년 회사를 '졸사'(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웹툰 작가, 시인, 카피라이터로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의 웹툰 제목처럼 '일인용 우주'를 부지런히 가꾸는 중이다.
스스로 '내향인', '집순이'라는 루나 작가는 "회사를 안 가니 밖을 아예 안 나갔고,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찾아오더라. 너무 집에 있다 보니 은둔형 외톨이처럼 나중엔 엘리베이터까지 나가는 것도 숙제처럼 느껴졌다"며 "혼자만의 우주가 블랙홀처럼 시간도 없이 돌아가다가 이제 조금씩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연재도 여기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루나파크 일인용 우주'는 전세 사기 피해, 가족의 투병 등 힘든 시기를 겪고 버텨낸 대견한 작가의 사연이 진하게 담겼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혼자 자신을 돌보고 보살피는 법에 관해 얘기할 예정이다.
그는 "혼자인 삶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외로움은 어떻게 다룰지,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다"며 "'회빙환' 콘텐츠 틈에서 생활 만화가가 살아남으려면 '이것밖에 없다'는 솔직한 얘기, 진한 공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소심한 사람이다 보니 말도 많이 걸렀다. 하지만 긴 웹툰을 장기 연재하면서 다 거르면 솔직히 할 얘기가 없다"며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마음 정도로 용감하게 다양한 얘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인용 우주'라는 제목을 지었지만 사실 꼭 1인 가구의 얘기보다는 '인생은 혼자 맞닥뜨리는 일'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결혼해도 부부가 한날한시에 죽을 수 없고, 결국 인생에 있어 홀로 우주를 꾸려 나가야 하는 순간들이 와요. 혼자 앞엔 '외로운', '고독한' 이런 말이 붙는데 꼭 그래야 하나, 일인용 우주인들에게 '온전한 혼자여도 충분한 것 아닌가?' 말해 봅니다."
m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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