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물은 더 이상 공짜에 가까운 생활재가 아니다.
수돗물에 대한 불안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생수는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식품·음료기업들이 생수 사업에 진입한 배경도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다만 생수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제주삼다수 중심의 시장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가 PB 생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브랜드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뉴스락>은 국내 생수 시장의 성장 배경과 경쟁 구도, 식품·음료기업들이 물 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를 짚어봤다.
커진 생수 시장... 식품·음료기업, 물 사업 확대
생수가 생활 필수 소비재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식품·음료기업들도 자연스레 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생수 시장은 지난 1995년 정부의 ‘먹는물관리법’ 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수질오염 문제와 2020년 수돗물 유충 사태 등을 거치며 안전한 물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배송 확산까지 맞물리면서 생수 소비는 빠르게 늘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29억5000만달러에서 2024년 42억6000만달러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7.6%였다.
시장 성장에 맞춰 주요 식품·음료기업들도 생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인 플레이어로는 농심, 롯데칠성음료, 풀무원, 오리온 등이 꼽힌다.
농심은 1998년 제주삼다수 위탁판매를 통해 생수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2012년 광동제약에 삼다수 판매권을 내준 뒤 같은 해 12월 자체 생수 브랜드 백산수를 출시하며 독자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는 1997년 아이시스를 앞세워 생수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2011년 약알칼리성 천연광천수 브랜드 아이시스8.0을 출시하며 생수 사업을 키웠고, 2020년에는 국내 최초 무라벨 생수인 아이시스8.0 ECO를 내놓으며 친환경 패키지 경쟁에도 먼저 뛰어들었다.
풀무원 역시 국내 생수 시장의 주요 사업자 중 하나다. 풀무원샘물은 1986년 국내 최초로 먹는샘물을 선보인 브랜드로, 국내 생수 시장 초기부터 사업을 이어왔다. 이후 2004년에는 글로벌 생수 기업 네슬레워터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2021년 풀무원그룹이 네슬레워터스 보유 지분을 인수하며 풀무원샘물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오리온은 2016년 11월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인수하며 생수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이후 닥터유 제주용암수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제주삼다수의 제주도 외 지역 위탁판매를 맡으며 생수 시장의 핵심 유통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쿠팡 ‘탐사수’ 등 대형 유통사의 PB 생수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내 경쟁 구도는 더욱 심화된 형국이다.
생수 시장 커졌지만 온도차 뚜렷... 삼다수 웃고 일부 브랜드 '주춤'
생수 시장은 커졌지만 성과는 사업자별로 갈렸다.
제주삼다수가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저가 PB 생수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고 일부 브랜드는 부침을 겪고있는 흐름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생수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은 제주삼다수가 40.3%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는 13.1%, 농심 백산수는 8.3%로 뒤를 이었다. 유통업체 PB 생수 점유율도 22.0%까지 올라오며 기존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브랜드는 제주삼다수다. 제주삼다수는 40%대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생수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위탁판매를 맡은 광동제약에도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되고 있다.
광동제약은 2012년 12월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삼다수 판매권을 획득하며 생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오는 2029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판매권을 이어가게 됐다.
광동제약 F&B영업부문 제주삼다수 매출은 2023년 3096억원에서 2024년 3197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3183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3000억원대 매출 규모를 유지했다.
반면 다른 주요 브랜드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 2위인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매출은 2023년 2510억800만원에서 2024년 2318억2700만원, 2025년 2137억2800만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8% 줄었다.
농심 백산수도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백산수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중국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의 매출은 2023년 667억7006만원에서 2024년 612억2494만원, 2025년 440억3611만원으로 줄었다.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28.1% 감소했다.
풀무원샘물은 900억원대 매출 규모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풀무원샘물 매출은 2023년 910억8000만원, 2024년 912억3000만원, 2025년 924억9625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오리온의 제주용암수는 외형 규모 면에서 아직 주요 브랜드와 체급 차이가 크다.
오리온제주용암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023년 157억9682만원에서 2024년 154억2622만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173억9824만원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웅진식품,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원F&B 등 굵직한 기업들도 생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만큼 생수 시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관심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내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생수시장의 성장세와 긍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진입하고자 하는 식품 관련 기업들이 많다”면서도 “이로 인해 브랜드가 난립해 많은 업체들이 성장 정체, 시장 존재감 확보 실패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부진에도 못 놓는 물 사업... 까닭은?
부진과 성장 둔화에도 식품·음료기업들이 생수 사업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과 투자비용, 1인 가구 수요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의 2024~2029년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2.6%다. 고성장기는 지났지만 시장 자체는 앞으로도 꾸준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비용도 기업들이 생수 사업을 이어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생수 사업은 취수원 확보, 생산설비 구축, 마케팅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 번 생산 기반과 브랜드를 구축한 뒤에는 단기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곧바로 철수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로 농심은 백산수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14년 당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2000억 원을 신공장 건설에 투입한 바 있다.
업계 내 인수·합병이 이어진 흐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직접 생산설비를 새로 구축하는 대신 기존 업체를 인수해 신규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시장 진입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풀무원샘물은 2024년 7월 생수 제조사 샘소슬을 253억원에 품었고, 웅진식품은 2023년 6월 더조은워터를 43억원에 인수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8년 10월 가야산샘물의 동부팜가야생수공장을 200억원대 초반에,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10월 OEM 생수업체 산수음료를 680억원에 인수했다.
1인 가구 증가도 생수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내 1인 가구는 800만을 넘어섰다. 1인 가구는 정수기 설치보다 생수 구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온라인 배송 확산으로 생수 구매 편의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2024년 일반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59.5%가 생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채널이 다변화돼 있다는 점도 생수 사업을 유지하는 요소다.
현재 국내 생수 판매 채널은 대형마트·슈퍼마켓, 온라인, 업소, 편의점 등으로 고르게 분산돼 있다.
기존에 탄탄한 유통망을 가진 식품·음료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확보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소비자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단순히 가격 경쟁력과 물량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웰빙트렌드의 영향으로 생수 소비 역시 가격 중심에서 벗어나 맛, 수질, 미네랄 함량, 수원지, 친환경 패키지 등 소비자 선호가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차별화된 브랜딩을 가져가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생수 소비도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호식품처럼 소비자 선호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제품 다변화 및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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