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MOU 소식에 국내 금값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3%↑
"장기 투자처로 유지" vs "안전자산 프리미엄 흔들려"
전문가 "하반기 반등 전망…중앙은행 매입 수요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반등한 금 가격을 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31일 금 선물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고 있는 A씨는 "금은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히 보유할 장기 투자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전쟁 기간 출렁인 금 가격에 일부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요즘 상승 중인 주식시장이 언제 내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금을 안전자산으로 들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바 형태로 2021년부터 꾸준히 금 현물을 구매해온 B씨는 "금 가격은 꾸준히 상향할 것 같다"며 "전쟁 동안의 조정을 추가 매수 기회로 보고 더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금을 골드바 형태로 보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실물 금은 내 자산이라는 확신을 들게 해준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금 ETF(IAU)에 투자해온 C씨는 최근 전량 매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금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빠르게 흔들리는 걸 보면서 일단 한 번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이란 간 종전 가능성이 언급되자 금 가격이 바로 반응하는 것을 보고 금이 트레이딩(매매) 자산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헤지(위험 분산)용으로 금을 매수했지만 이젠 다른 안전자산을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 가격은 올해 들어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주 말인 29일, 국내 금(99.99_1kg) 시세는 3.09% 오른 1g당 21만6천50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MOU 서명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근 두 달 사이 가장 큰 일별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다만 이는 지난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종가 26만9천810원)와 비교하면 약 20% 낮은 수준이고, 전쟁 직전(23만9천300원)보다는 9.5% 아래다.
국내 금값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초기인 지난 3월 3일, 하루에 4.14% 올라 24만9천2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안전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같은 달 23일에는 하루 만에 7.87% 급락하며 20만8천530원까지 떨어져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20만원대로 밀렸다.
그러다 3월 25일에는 미국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1개월 휴전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 만에 3.99% 치솟아 21만9천940원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및 미국 금리 변화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이 과연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제 금 시세도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현지시간 29일,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되는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593.00달러로 1.34% 상승했다. 전날 1.14% 상승에 이은 오름세다.
이란 사태 이전 온스당 5,200달러 수준이던 금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23일 장중 한때 온스당 4,100달러까지 급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한 뒤 미-이란 종전 기대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익명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CME그룹이 일부 금과 은 선물의 초기 증거금률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마진 부담이 완화된 만큼 투자자들의 부담이 경감될 것이고 이는 금 투자 심리에 좋은 재료"라고 짚었다.
국제 금 시세는 올해 1월 30일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금·은 선물 마진콜(추가증거금요구) 쇼크로 당시 하루 만에 11.39% 급락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금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전고점을 웃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조정을 'Buy the dip'(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며 올해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400∼5,600달러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불확실성,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가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시에는 단기 하방 압력이 불가피하면서도, 미국 등 주요국 재정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수혜를 볼 자산으로 금을 지목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시에도 핵심 헤지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봤다.
키움증권도 "하반기 금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탈달러화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유발한 요인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 연준의 긴축 경계 강화와 국채금리 반등으로 금에 대한 투자 심리는 이전보다 약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이후 물가 충격이 정점을 통과하고 단기금리 정점 통과 기대가 커지면 다시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조정 이후 6,000달러를 향한 재상승 국면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작년 이후 금은 더 이상 단순한 무이자 자산보다는 재정 불신과 금융 억압 환경에서 채권을 대체하는 안전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 금의 매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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