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의 권리를 무시한 채 유류분을 산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형제자매 간 유산 다툼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생전에 고(故) A씨는 아들 B씨에게 건물 지분과 부동산, 금융자산 전부를 유언으로 남겼다. 이에 반발한 나머지 자녀들이 자신들의 법정 상속분을 요구하며 법적 분쟁을 시작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이 특정인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유언해도 다른 가족에게 최소한 보장되는 상속 비율을 말한다. 1심과 2심 모두 B씨가 형제들에게 유산 일부를 나눠줘야 한다고 판시했고, 2023년 2월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2024년 4월 헌재의 결정이 국면을 바꿔놓았다. 피상속인을 오랫동안 돌보거나 재산 증식에 공헌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에서 배제하는 민법 1118조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헌재가 선언한 것이다.
헌재는 당시 "피상속인이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물려준 재산마저 다른 상속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도적 공백을 막기 위해 단순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를 선택하면서 2025년 말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시켰다.
이를 근거로 B씨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대구고법은 2024년 9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기존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31일 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헌재가 조항의 잠정 적용을 명한 이유가 유류분 제도 자체를 운영할 최소한의 법적 토대를 유지하려는 데 있었다고 해석했다.
"기여분과 유류분의 단절로 인해 기여상속인이 입는 기본권 침해까지 개정 입법 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시다. 즉, 해당 조항 중 기여분을 반영하지 않는 부분은 사실상 적용이 중지된 상태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B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이 다른 사건들과 합쳐져 2024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귀결된 점을 들어, 해당 결정의 효력이 B씨 사건에도 소급 적용되고 재심 사유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민법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크게 이바지한 상속인에 대해서는 유류분 반환 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패륜 행위 등으로 부양 의무를 심각하게 저버린 상속인의 권리도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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