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작가 윤정은 "삶은 눈물 8, 웃음 2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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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작가 윤정은 "삶은 눈물 8, 웃음 2스푼"

연합뉴스 2026-05-31 07:0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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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겔데아옌데 국제도서전 찾아 멕시코 독자들 만나

'세탁소' 국내서만 50만부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20여개국에 소개

"피부색·언어 달라도 독자들이 느끼는 건 비슷"

윤정은 작가 윤정은 작가

(산미겔데아옌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산미겔 데 아옌데 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윤정은 작가.
2026.5.29. buff27@yna.co.kr

(산미겔데아옌데<멕시코>=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어린 시절은 가장 빛나는 시기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말처럼, "꽃잎 한 장 날려 떨어져도(시련) 봄빛이 깎이는(좌절)" 시절이어서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가벼운 난관도 좌절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인생을 더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실패의 얼룩들이 삶의 경로에서 퇴적된다.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실패는 켜켜이 쌓여만 간다. 그렇게 고난의 임계점에 다다를 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그리스 비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의 신)처럼, 누군가 '짠∼'하고 나타나 그간 쌓인 삶의 모든 얼룩을 거짓말처럼 지워주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북로망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지은이'다. 지은이는 상처받은 마음을 꺼내서 깨끗하게 닦아내 준다.

소설을 쓴 윤정은(43) 작가는 29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은이는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나온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윤 작가는 제3회 산미겔 데 아옌데 국제도서전에 초대돼 고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이 고풍스러운 도시를 찾았다.

북토크에 참석한 윤정은 작가 북토크에 참석한 윤정은 작가

(산미겔데아옌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산미겔 데 아옌데 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한 윤정은 작가.
2026.05.29. buff27@yna.co.kr

2023년 출간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한국에서만 누적 기준 50만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5만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취급받는 지독한 출판 불황 속에서 거둔 이례적인 성공이다.

'성공의 행운'은 비단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의 책은 해외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윤 작가는 영국 펭귄 랜덤하우스와 선인세 계약을 맺으며 화려하게 영미권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그의 책은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세계 20여 개국 도서 시장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재쇄에 돌입했다. 적어도 10만부 이상이 해외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골드 마음세탁소 시리즈 메리골드 마음세탁소 시리즈

[교보문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의 세계적인 인기 속에 미국, 싱가포르, 폴란드 등을 찾은 윤 작가가 이번에는 멕시코를 방문했다. 라틴아메리카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27일에는 멕시코시티에서 독자들을 만났는데, 사촌 동생의 죽음으로 상심에 빠진 독자, 질문 도중 눈시울을 붉힌 독자 등 참가자 100여명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윤 작가는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지만, 독자들이 느끼는 정서는 대개 비슷했다고 했다. '세탁소'에 상처를 치유하러 오는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저마다의 아픔을 지닌 독자들 모두 책을 통해 위로, 나아가 살아갈 이유를 찾기도 했다는 것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사진관, 식물원으로 이어지는 '메리골드 마음' 시리즈의 핵심 주제는 '식물원' 엔딩에 담긴 다음 문장이라고 한다.

"햇살 가득한 날에 내게 온 모든 불행에게 포옹을, 비가 내리는 날에 내게 온 모든 행복에게 환호를."

윤정은 작가 윤정은 작가

(산미겔데아옌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9일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정은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9. buff27@yna.co.kr

삶의 얼룩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메리골드 마음' 시리즈가 그냥 나온 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던" 고독한 소녀였던 윤 작가는 시나브로 책의 세계에 빠졌고, 연간 1천권이 넘는 책을 읽는 다독가로 자랐다. 어른이 되면 쉬워질 줄 알았지만, 삶은 언제나 만만치 않았고, '절망의 허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조금씩 난도를 높여만 갔다. 그런 모든 경험이 '메리골드 마음' 시리즈에 투영됐다. 작가는 "순식간에 메리골드 세탁소를 탈고했다"고 했지만, 그 준비과정은 10년이나 걸렸다고 덧붙였다.

"썼다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느라 본격적으로 책을 시작하는 데 10년은 걸렸을 겁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했지만, 작년 말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13년 만에 다시 문학상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작년 말 단편 소설 '블랙'으로 김포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상장을 받은 건 2012년 동서문학상 '은상' 수상 후 처음이었다.

"올해로 19년 차 작가지만,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르게 써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란 봉투에 단편소설을 넣어서 문학상 주최 측에 우편으로 보냈어요. 결과를 기다리는 몇 달 동안 힘들었습니다. 신춘문예라는 열병에 빠진 신출내기 신인 작가 같았죠."

지난 27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북토크 지난 27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북토크

[윤정은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삶의 얼룩을 지워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쓴 그는, 하지만 삶이란 8대2의 비중으로 슬픔이 기쁨을 압도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20%의 기쁨으로 80%의 슬픔을 덮을 수 있다고 했다. 슬픔은 저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똘똘 뭉쳐있기에 기쁨이라는 이불로 슬픔을 덮으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통찰과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긍정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윤 작가는 말했다.

"이 풍진 세상에서 잘살아 보아야겠죠."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유명한 시구를 인용한 이유도 그래서다. 한 줄기 바람에 뒤섞인 희망만으로라도, 우리는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윤 작가는 햇살 가득한 산미겔 데 아옌데의 한 카페에서 발레리의 시구를 조용히 읊조렸다.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산미겔 데 아옌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멕시코 시민들이 산미겔 데 아옌데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2026.05.29. buff27@yna.co.kr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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