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소음 민원이 부른 비극…안전보다 편의를 택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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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소음 민원이 부른 비극…안전보다 편의를 택한 대가

나남뉴스 2026-05-31 06:57: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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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참사를 두고,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민원 압박이 안전 조치를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건설알림이'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착공 이후 올해 5월까지 약 9개월 동안 해당 공사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총 88건에 달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중 상당수는 중장비 이동 시 울리는 경고음이나 신호수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본래 신호수는 타워크레인이나 굴착기 등 대형 장비 운용 시 사고 방지를 위해 배치되는 안전 관리 인력이다. 호루라기와 수신호로 운전자를 지휘하고 주변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장비에서 나오는 경고음 역시 운전석 사각지대가 넓은 중장비 특성상 필수적인 위험 알림 수단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 절차마저 주민 불편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민원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현장소장 경력을 가진 한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해 민원의 강도와 빈도 모두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토로했다. 공사 소음으로 수면을 방해받았으니 숙박비를 배상하라거나, 공사장 인근을 지나다 물이 튀었으니 세차비를 요구하는 등 민원 유형도 다양해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민원을 피하기 위해 공사 일정을 야간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작업 위험도가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도 벌어진다. 이번 붕괴로 목숨을 잃은 60대 현장관리소장 이모씨 역시 평소 가족들에게 민원 대응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민원 폭탄'에 대한 부담감이 서소문 고가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붕괴가 일어나기 약 12시간 전, 구조물에 단차 현상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즉각적인 차량 통행 차단이나 하부 철도 운행 중지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열차 한 대가 붕괴 불과 1분 전 해당 구간을 통과하며 가까스로 재앙을 피했지만, 고가 아래를 지나던 무고한 운전자는 희생양이 됐다.

대한민국산업협력교수단 소속 최명기 교수는 "만약 사고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면 '왜 아무 일도 없는데 통제해서 시민에게 불편을 줬느냐'는 거센 항의가 쏟아졌을 것"이라며 "손해배상 분쟁으로 비화할 우려 때문에 현장에서 선제적 대응을 결정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시민 의식 제고와 더불어 현장 관리자에게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긴급 상황 발생 시 시공사가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민들도 일정 수준의 불편을 감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또한 "안전 영역에서만큼은 비용 절감이나 요행을 기대하는 관행을 이제는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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