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손님 끊긴 낡은 모텔, 청년 창업 거점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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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재탄생] 손님 끊긴 낡은 모텔, 청년 창업 거점 변모

연합뉴스 2026-05-31 06:4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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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원도심 노후 모텔 개조해 숙박 가능 창업 보금자리 마련

개소 후 약 20개 벤처·스타트업 거쳐 가…특허·상표 출원 등 성과

입주기업 대상 창업 보육 프로그램…지역 청년 경험터 역할도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출입구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출입구

[촬영 김근주]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창업이 성공할 때까지 24시간 머물면서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청년디딤터가 딱 그런 곳입니다."

울산광역시 원도심의 상징인 성남동 시계탑사거리 바로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4층짜리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입구에 '청년디딤터'라는 간판이 걸려있는데, 건물 외관은 모텔을 닮았다.

실제 이곳은 7년 전까지 숙박업소로 운영됐다. 울산이 산업 도시로 확장하면서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나던 1988년 반도장여관으로 시작한 이 건물은 이후 반도모텔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다가 2019년 문을 닫았다.

중구 원도심에 있던 철도역이 1990년대 남구 삼산동으로 옮기면서 중심 상권이 따라서 이동했고, 자연스럽게 손님이 뜸해진 것이다.

폐업한 모텔이 청년 창업 지원 공간 '청년디딤터'로 새단장해 문을 연 것은 이듬해인 2020년 7월이다.

울산 중구가 청년 인구를 유치하고 창업을 돕고자 2019년 총사업비 18억원 상당을 들여 이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한 후 개소했다.

연면적 427.71㎡ 규모인 건물의 1층은 공유 주방, 2층에는 회의실과 교육장을 갖추고, 3층과 4층은 모두 2인 창업공간 4실과 4인 창업공간 2실로 꾸몄다.

특히, '숙박업소'였던 건물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먹고 자면서' 창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내부 업무 및 생활 공간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내부 업무 및 생활 공간

[촬영 김근주]

각 창업공간 안에 냉장고와 침대가 기본으로 갖춰지고, 세탁실과 샤워실 등을 따로 두어 실질적 주거가 가능하게 하면서 다른 창업지원 사업과 차별화됐다.

사무실과 거주 공간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다 보니, 주거비를 아껴야 하는 청년 창업가에겐 안성맞춤이다.

지난 21일 청년디딤터에서 만난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 제공 앱 개발·운영 업체 에센트릭 심재곤 대표는 "언제든 몰입하면서 24시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부산에서 이곳으로 왔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 일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청년디딤터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면 전기요금과 관리비 부담만으로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심 대표처럼 울산 외 다른 지역에서 온 사례가 적지 않다.

거주 기간은 기본 1년에, 심사를 거쳐 통과되면 추가로 1년을 더 머물 수 있다. 거주 자격은 만 39세 이하 청년이다.

개소 이후 6년간 20개 가까운 벤처, 스타트업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그중에는 특허와 상표를 출원하거나 음원을 제작하는 등 성과를 낸 경우도 많다.

친환경 선박 추진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덩치를 키워 판교로 옮겨간 팀도 있다.

이는 청년디딤터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 기업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창업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고, 기업당 재료 구입비와 시제품 제작 비용 등도 지원한다.

다른 창업 지원 시설과 연계를 통해 정보 공유하고 청년 창업 네트워킹 공동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1층 공유주방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1층 공유주방

[촬영 김근주]

지역 청년을 위한 다양한 창업 지원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툴 활용 강좌에서부터 천연화장품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젊은 층이 관심 가질 만한 프로그램을 수시로 운영한다.

창업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창업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서로 나누는 행사 등도 선보인다.

청년디딤터는 맞춤형 지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입주 기업 평가를 통해 우수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맞춤형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입주 기업 지원이 투자 연결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일대일 면담 등을 강화한다.

중구 관계자는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 등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기획하고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외관 울산 중구 청년디딤터 외관

[촬영 김근주]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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