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양대 산맥 간 복지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SK하이닉스 임직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도입한 5억원 규모 주거지원 제도를 자사에도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르면 내달 2026년도 임금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최근 타결한 합의안이 하이닉스 협상 판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6.2% 임금 인상, 반도체 사업부 특별성과급 신설, 복지제도 개편 등이 삼성 합의의 골자다. 이에 준하는 처우를 하이닉스 노조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직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항목은 단연 주거자금 지원이다. 삼성전자가 새로 마련한 주택안정 대출은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제도로 알려졌다. 연 1.5%의 저금리가 적용되며, 10년 분할상환 또는 3년 유예 후 10년 상환 방식 중 선택이 가능하다.
반면 SK하이닉스의 현행 주택융자 한도는 1억원에 그친다. 금리 자체는 연 1.5%로 동일하지만, 한도 격차가 5배에 달한다. 상환조건도 1년 거치 후 15년간 원금균등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내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는 중이다. "삼성 수준으로 한도를 올려달라", "5억 대출이 이번 협상의 핵심 안건이 되어야 한다", "거치기간 5년에 이자율은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협상이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성과급 체계는 이미 대폭 손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폭과 복지혜택 확충이 주된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 합의가 일종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됐다"며 "주거지원 확대는 물론 유류비·통신비 보조 개선, 기본급 인상률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삼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선을 없애고, 이 체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생산성격려금(PI) 지급방식도 바꿨다. 기존에는 기본급의 100%가 상한이었으나, 영업이익률에 연동해 최대 150%까지 받을 수 있도록 개편했다. PI는 반기마다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기본급 인상률 논의도 삼성전자의 6.2%를 밑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사례를 참고한 만큼 양측 모두 장기 교착보다 실익을 추구할 공산이 크다"면서 "노조 입장에서도 여론의 시선을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복수노조 체제로 운영된다.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별도로 교섭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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