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주의 스토리텔링] FF, 그 두글자가 말하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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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의 스토리텔링] FF, 그 두글자가 말하지 않은 것들

뉴스컬처 2026-05-30 16:24:11 신고

3줄요약
칼럼 주제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디자인= 뉴스컬처 DB.
칼럼 주제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디자인= 뉴스컬처 DB.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가방을 선물받았습니다. 그런데 가방보다 먼저 마음에 닿은 건 이 말이었어요. "이 가방을 보는 순간, 이건 생일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3개월 전에 샀다고 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간직하며 그날을 기다렸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 사람이 어딘가에서 이 가방을 보며 나를 떠올렸을 그 찰나. 그 순간이 3개월 전이었다는 것. 그게 저의 마음의 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방을 천천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이건 어떤 가방일까

FF 모노그램이 가득한 바탕. 그 위에 크리스탈로 수놓인 메두사의 얼굴. 묵직한데 유쾌하고, 화려한데 딱딱하지 않았습니다. 진지한 척하면서 어딘가 웃고 있는 것 같은 가방.

펜디와 베르사체가 함께 만든 '펜다체(Fendace)'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자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왜 이 두 브랜드가 합쳤을까. 어떤 이야기가 있는 걸까.

펜디와 베르사체는 패션 역사상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했습니다. 두 브랜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완전히 맞바꾼 것이었어요.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펜디를 디자인하고, 킴 존스가 베르사체를 디자인하는 완전한 역할 교체. 

도나텔라는 이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짜 일이라기보다 게임 같았어요. 서로를 충분히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리고 이 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Fendace will always mean love." 펜다체는 언제나 사랑을 의미할 것이라고.

이 가방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사랑이었다니. 그 이야기를 알고 나자, 손에 든 가방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어요.

FF가 원래 펜디의 약자가 아니었다

펜디의 FF 로고는 1965년 칼 라거펠트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미가 'Fun Fur' 즐거운 모피였어요.

당시 모피는 무겁고 근엄한 상류층의 상징이었습니다. 라거펠트는 그것을 바꾸고 싶었어요. 가볍게, 유쾌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그는 모피를 창의성의 놀이터로 만들었습니다. 뻣뻣하고 시대에 뒤처진 소재를 가볍고 대담한 예술로 변모시켰어요.

FF. 펜디(Fendi)의 이니셜이 아니라, 즐거움(Fun)의 선언이었습니다. 럭셔리는 딱딱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은 즐거워야 한다. 그 철학이 두 글자 안에 담겨 있었어요.

여성들이 키운 브랜드

펜디는 1925년 로마에서 아델레와 에두아르도 펜디 부부가 작은 가죽 공방으로 시작했습니다. 에두아르도가 세상을 떠난 후, 다섯 딸 파올라, 안나, 프란카, 카를라, 알다가 이 브랜드를 이어받았어요.

다섯 자매는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았습니다. 경쟁이 아니라 분업이었고, 분업은 곧 신뢰였어요. 그들의 가장 중요한 결정은 칼 라거펠트를 영입한 것이었어요. 이후 패션 역사상 가장 긴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이 54년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안나의 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지금까지도 전설로 불리는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캐리 브래드쇼가 "이건 그냥 가방이 아니야, 바게트야!"라고 외치며 세상에 알려진 바게트 백이었어요.

3대가 이어온 브랜드. 그 긴 시간 동안 펜디가 잃지 않은 건 하나였습니다. 즐거움. 그리고 사람.

브랜드가 담는 것

좋은 브랜드는 제품을 팔지 않습니다. 그 제품을 쓰는 동안의 태도를 팝니다.

펜디가 100년을 가족의 이름으로 버텨온 것처럼. 도나텔라와 킴 존스가 서로를 믿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처럼. 좋은 것들은 결국 사람 사이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좋은 선물도 그렇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저는 그 가방을 꺼낼 때마다 잠깐씩 멈춥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가방도 마음에 들지만 3개월 전 어느 날, 이걸 보는 순간 나를 떠올렸을 그 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간직하며 그날을 기다렸을 그 시간.

그 마음이 가방보다 먼저, 그리고 더 깊이 제게 왔습니다. 사람은 물건도 기억하지만, 그 물건을 건네던 눈빛이 더 오래, 더 깊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좋은 선물은 가격이 아니라, 기다린 시간에서 완성됩니다.

당신에게도, 꺼낼 때마다 그 사람이 떠오르는 물건이 있나요. 그 물건이 있다는 것은,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

글= 송영주 한국AI휴먼연구소 대표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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