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은퇴한 뒤 개인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고령층 가구의 재정 부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정부의 건보료 부과 체계가 ‘소득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정기적인 근로 소득이 끊긴 은퇴 세대의 실질적 체감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된 총보험료는 10조 5천64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9조 9천316억 원)과 2024년(9조 7천25억 원)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전체 부과 규모가 다시 10조 원 선을 넘어섰다.
부담의 중심에는 은퇴 인구가 집중된 60대가 있다. 연령별 부과 현황을 보면 60대(60~69세) 구간의 부과액이 2조 9천259억 원으로 전체의 27.7%를 차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뒤를 이은 50대(2조3천403억원)와 70대(1조 6천686억 원)를 합산하면,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내는 보험료가 전체 지역건보료 재원의 65.7%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진입과 맞물려 건보 재정의 은퇴 세대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구 내 구성원에 따른 부담의 불균형도 두드러졌다. 세대주와 함께 등록된 60대 이상 고령층 '세대원'의 1인당 연간 보험료는 가구 전반의 생계를 책임지는 세대주보다 배 이상 높았다. 2025년 기준 60대 세대주의 연간 보험료는 평균 142만 원 선이었으나, 60대 세대원은 258만 원에 달했다.
이 같은 격차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벌어져 70대 세대원은 275만 원, 80대 세대원은 282만 원까지 급증했다. 이는 자녀 등과 주소를 합치는 과정에서 소득·재산 산정 방식의 맹점으로 인해 고령 세대원이 뜻밖의 '보험료 폭탄'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전체 지역가입자 규모는 세대주 857만여 명, 세대원 740만여 명 수준이며 세대주 수 역시 60대(205만명)가 가장 많다.
이처럼 고령층의 호주머니가 얄팍해진 배경에는 부과 체계의 급격한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3년간 건보료 부과 요소 중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43.7%에서 2025년 29.9%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소득 비중은 2023년 56.3%에서 2024년 68.2%, 2025년 70.1%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부과 체계의 중심축이 재산에서 소득으로 이동한 점은 자산 상위 계층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과거 소득에 따른 피부양자 탈락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정 수입이 없는 고령층에게 오히려 가혹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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