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60일간의 휴전 연장과 종전을 위한 막판 협상에 돌입했으나, 세부 조건과 '레드라인'을 둘러싼 극심한 이견으로 최종 타결이 미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최종 결정’을 보류한 가운데,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핵 물질 폐기 문제를 놓고 날 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백악관 상황실서 2시간 격론… 끝내 서명 안 해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국가안보팀과 2시간 동안 이란과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은 채 회의를 마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히며 이란을 향한 초강경 요구 조건을 공개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핵무기 보유 금지 △호르무즈 해협의 무조건적·무통행료 전면 개방 △미국 주도의 고농축 우라늄 발굴 및 폐기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이란과의 금전 거래나 자산 동결 해제는 절대 없다(No Money)"고 못 박으며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유화책과 선을 그었다.
▲ 이란 "트럼프 주장은 거짓과 진실의 섞임" 강력 반발
이란 측은 미국이 일방적인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과 이란 반관영 파르스(Fars)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재 협상은 전쟁 종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핵 문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란 고위 소식통들은 MOU 초안의 핵심이 미국이 묶어둔 120억 달러(약 16조 6,000억원) 규모의 국외 동결 자산을 즉각 해제하는 것이며, 이 자금이 지급되기 전에는 다음 협상 단계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 협상에 관여한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SNS를 통해 "우리는 대화가 아니라 '미사일'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언제든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경고해 내부의 강경 기류를 드러냈다.
▲ '미국의 역린' 된 호르무즈… 압박받는 오만, 이란과 긴급 통화
이번 협상의 최대 분수령은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다. 이란은 최근 '페르시아만-호르무즈 해협 관리청'을 신설하고 인접국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의 영해까지 포함하는 자체 관할권 지도를 발표하며 통행료 징수를 시도해왔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만이 이란과 협력해 해협을 통제하려 한다면 폭파(Blow up)해야 할 것"이라며 군사 공습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영구 중립국을 표방해 온 오만은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만 대사로부터 "통행료 징수 계획이 없다"는 확답을 받아내며 일차적인 진화에 나섰다.
미국의 거센 위협 직후인 29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전격 전화 통화를 가졌다. 이란 와나(WANA)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위협적 수사에 직면한 오만에 연대감을 표하며 워싱턴의 '기만적인 태도'를 규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통화 후 X(옛 트위터)를 통해 "양국이 국제법에 부합하는 선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게 될 미래 행정기구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해협 관리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미로 속 출구 찾는 가운데 "호르무즈 긴장 최고조 달할 것" 전망 나와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의 중재를 통해 '60일 간의 휴전 연장'이라는 큰 틀의 정치적 이해에는 접근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미국은 휴전 기간 내에 이란의 비핵화 확약과 호르무즈의 완전 개방을 얻어내려 하는 반면, 이란은 동결 자산 확보와 해상 봉쇄 해제를 우선시하고 있어 합의의 최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 여부를 보류한 만큼, 양측이 원하는 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대치와 막판 기싸움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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