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카카오게임즈를 일본 라인야후에 매각하는 절차가 5월 말로 완료되면서 이제 업계의 관심은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라인야후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2억명에 달하는 라인 메신저 이용자 기반의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 인수에 나선 배경에 라인게임즈의 재무적 리스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결손금이 3000억원대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2대 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는 기업공개(IPO) 실패에 따른 자금 회수를 요구하며 라인게임즈를 상대로 약 2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텐센트 등으로부터 유치한 115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 압박까지 도래하며 라인야후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이에 라인야후가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를 인수한 뒤 향후 라인게임즈와의 합병을 거쳐 우회 상장을 추진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활로를 열어주고 법적 분쟁을 일시에 해결하려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 라인게임즈가 안고 있는 재무적 리스크
지난 2018년 앵커PE는 라인게임즈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특수목적회사(SPC) 룽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1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21.42%를 확보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라인게임즈는 2022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년간 수백억원대 적자가 누적되며 악화된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아 결국 상장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요원해지자 앵커PE는 주주간계약(SHA) 내용을 근거로 라인게임즈 측에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앵커PE는 2024년 1월 라인게임즈를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요구한 금액은 투자원금에 위약 벌칙 성격의 복리 이자(연 15% 안팎)를 가산한 총 2235억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원고(앵커PE)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앵커PE가 주장한 주식매수청구권을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유사한 성격으로 봤으며 앵커PE 측이 대주주의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앵커PE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라인게임즈가 100억원 규모의 소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양측의 감정 골은 더욱 깊어졌다. 라인게임즈는 주당 발행 가격을 대폭 낮춘 저가 발행 방식으로 증자를 진행했는데 대주주인 라인 측(Z중간글로벌)은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지킨 반면 소송 중이던 2대 주주 앵커PE는 참여하지 않아 기존 20%대였던 지분율이 0%대로 추락(희석)했다.
업계에서는 라인게임즈가 사모펀드의 지분율을 무력화해 법적·경영적 압박 카드를 쥐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앵커PE 측은 대주주의 이러한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증자 절차에 대한 제동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프리IPO 당시 텐센트 등으로부터 유치한 115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도 해결해야 한다. 당시 투자 조건에는 5년 내 IPO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올해 상반기가 바로 만기가 되는 시점이다.
라인게임즈의 IPO가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 대신 원금 회수(상환 청구) 카드를 만질 수 있게 됐으며 이에 따라 라인게임즈 재무제표상에서 해당 RCPS와 전환사채(CB)를 포함한 약 1726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동부채로 재분류됐다.
▲ 변수는 카카오게임즈 재무 부담 증가
업계에서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게임즈의 신임 대표로 김태환 라인게임즈 부사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넥슨에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한 전문가로 라인게임즈 합류 이후 모회사를 설득해 이번 대형 빅딜을 견인해 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김 내정자가 카카오게임즈의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 양사 간의 물리적·화학적 통합 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라인게임즈가 재무 전략 전문가인 배영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넵튠 코스닥 상장을 이끈 유태웅 전 대표를 경영본부장으로 영입한 것 역시 카카오게임즈와의 합병 비율 산정 시 기업 가치를 유리하게 평가받기 위한 사전 정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다만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의 합병 전략에는 극복해야 할 리스크도 산적해 있다. 적자 기업과 부실 기업의 결합에 따른 재무적 부담 증가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장기 적자 늪에 빠져 있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라인게임즈와의 만남이 단순한 부실 결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 역시 신임 경영진에게 보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라인게임즈가 신작 부진으로 자본 잠식 상태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협업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에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발행한 유상증자와 CB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효과가 발생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두 회사의 합병이 실현될 경우 라인게임즈의 2000억원대 우발채무를 카카오게임즈가 떠안아야 할 리스크와 내부 개발 자회사의 자금난 역시 골칫거리다. 현재 카카오게임즈 산하의 엑스엘게임즈는 경영난으로 인해 전체 직원의 20% 이상을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들의 퇴직 위로금 지급 등을 위해 지난 4월 긴급 자금 대여를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가 적자 기업인 카카오게임즈 인수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목적은 단순히 포트폴리오 강화에만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며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될 김태환 신임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사업 영토를 확장과 더블어 라인게임즈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회사 지분구조 개편은 최대주주 변경일뿐 라인게임즈와 무관하며 합병에 대해 논의되는 바 없다. 자사는 새로운 대주주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게임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확보된 재무 재원을 통해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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