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쉬즈메디병원장, 사비 들여 주민 대상 무료 강연·음악회
역사 답사·음악회까지…"지식 나누는 공간 돼 감사한 마음"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아기 울음소리만 가득할 것 같은 산부인과에 역사와 예술을 주제로 한 강연이 울려 퍼진다.
다소 낯선 모습이지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쉬즈메디 병원에서는 직원과 주민들이 모여 인문학 강연에 귀를 기울이는 풍경이 익숙한 일상이 됐다.
이기호 쉬즈메디 병원장은 올해로 16년째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을 신관 2층 로비에 초청해 무료 인문학 강의를 열며 병원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다.
이 원장이 한국사, 동아시아 역사, 서양사, 미술사, 그리스 신화, 철학 등을 주제로 한 학기제 강연을 이어가며 배움의 자리를 마련한 횟수만 200여회에 이른다.
산부인과 의사인 이 원장이 인문학 강의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국사학 교수인 친구 부부와 만나 역사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다.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소속이었던 임두빈 교수를 이 병원 산후조리원 로비에 초빙해 현대 미술사를 주제로 한 강의를 연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안병우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강좌 기획과 강연자 섭외를 마치면 이 원장이 일정 금액의 강의료를 사비로 지불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누적 강의료만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원장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며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우리 병원을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활용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기 바랐다"고 말했다.
격주로 화요일 저녁 2시간씩 진행되는 강연에는 동네 주민부터 타지의 '팬'까지 매번 수십 명이 찾아와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외 유명 대학의 석학들부터 여러 분야 학회의 관계자 등 지난 16년간 병원에 오간 강연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 원장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김수미 명창, 300㎞ 넘게 떨어진 전남 목포해양대에서 한국사 강연을 위해 찾아온 김강식 교수 등 많은 강연자를 떠올리며 감사를 표했다.
이 원장은 "많은 분의 도움을 통해 우리 병원이 지식을 나누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어 무척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강연은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3년간은 중단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강연에 몰입하던 이들의 열의를 기억한 이 원장은 방역 상황이 안정되자 곧바로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쉬즈메디 병원은 이와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인문학 답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2012년부터 많은 직원과 주민들이 교수 등 전문가들과 수원 화성행궁, 화성 융건릉 및 용주사, 서울 창덕궁과 종묘, 인천 강화도, 안성 매산리 석불입상, 충남 읍성과 관아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직접 찾아 견문을 넓혔다.
매달 이 병원 산부인과 로비에서 열리는 '쉬즈메디 음악회'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수준 높은 연주를 진행해 직원과 산모는 물론 주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쉬즈메디 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로도 공연 영상을 실시간 송출해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강좌를 마련할 계획이니 많은 분께서 부담 없이 병원을 찾아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쉬즈메디병원의 이번 상반기 인문학 강의는 내달 30일까지 민화, 향약과 향안, 한국의 인장 문화 등을 주제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쉬즈메디병원은 35년 전 이 원장이 받아냈던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 병원을 찾아 이 원장의 아들 의사 도움으로 대를 이어 출산하는 등 특별한 인연의 미담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sol@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