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중동 신화' 50년 만에 균열...K-건설,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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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중동 신화' 50년 만에 균열...K-건설,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린다

뉴스락 2026-05-30 07:26:03 신고

3줄요약

[뉴스락] 반세기 동안 K-건설의 돈줄이었던 중동이 흔들리고 있다. 수주 비중이 불과 1년 새 49.8%에서 16%로 곤두박질쳤다.

이란·이스라엘 갈등 확전 우려로 사우디·카타르·UAE 발주마저 위축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까지 겹치며 건설업계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연간 수주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유럽·아시아 시장이 중동의 빈자리를 채우며 지난해 11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단일 대체 프로젝트 부재와 중국·튀르키예의 저가 공세라는 벽은 여전히 높다.

<뉴스락>은 격변하는 K-건설의 해외 수주 지형과 '포스트 중동' 전략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AI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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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텃밭' 중동 리스크 고조...K-건설, 수주 비중 16% '급감'
해외건설 지역별 수주 현황. 자료=해외건설협회,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해외건설 지역별 수주 현황. 자료=해외건설협회,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K-건설의 핵심 수주 텃밭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한국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의 48.9%(5127억 달러)를 차지해 온 중동 시장의 수주 비중은 2024년 49.8%(185억 달러)를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25.1%(119억 달러)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 4월 기준으로는 16%(4억6667만 달러)까지 급감했다.

전운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건설업계의 연간 해외 수주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지에 진출한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와 자푸라 가스 플랜트를, 삼성E&A와 GS건설은 각각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플랜트 등 대규모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카타르 태양광 및 사우디 네옴시티 인프라)과 대우건설(이라크 알포 신항만) 역시 현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인력 안전 확보와 기존 공정 관리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분쟁 진원지인 이란에 사무소를 두었던 DL이앤씨는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흐름에 맞춰 지난 1월 선제적으로 직원을 대피시켰다.

수주 가뭄과 함께 건설사들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은 공사비 원가 상승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원자재 가격의 연쇄 상승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도로 포장재인 아스콘과 아스팔트 제품 생산비가 2.17% 오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유가 급등은 직접적인 운송비 증가뿐만 아니라 시멘트 제조의 핵심 연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까지 유발해 건설사들의 수익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잦아들더라도 즉각적인 수주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수주 집계는 연간으로 끊기기 때문에 올해 안에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동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실질적인 반등 여부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모래바람 뚫은 K-건설...유럽·아시아 업고 11년 만에 최대 실적

해외건설 세부 항목별 수주현황. 자료=해외건설협회,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해외건설 세부 항목별 수주현황. 자료=해외건설협회,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은 유럽과 아시아로 수주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중동 시장의 빈자리를 유럽과 북미, 아시아 시장이 대체하며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전체 수주의 42.6%(201억 6000만 달러)를 유럽이 차지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아시아와 북미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더욱 이동하는 양상이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외건설 전체 수주액 29억 2195만 달러 중 아시아 지역이 44.8%(13억 941만 달러)를 차지해 최대 수주처로 떠올랐다. 북미·태평양 지역이 6억797만 달러(20.8%)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발주를 예고한 인도의 '가티 샥티(Gati Shakti)' 마스터플랜 가동은 아시아 권역 내 수주 경쟁력 확보를 대형 건설사들의 당면 과제로 만들었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가 중동을 대체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아시아는 국가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해외 수주는 개별 국가별 발주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단순히 중동과 비교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연도별 해외건설 수주액 TOP 10 현황. 자료=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연도별 해외건설 수주액 TOP 10 현황. 자료=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대형 건설사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현장 경영'을 통해 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수주와 베트남 타이빈성 신도시 개발 투자 등 주요 거점 국가의 정부 고위급과 연일 회동하며 도심 개발 사업을 주도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전략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원전, 항만 등 핵심 공종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며 "하노이 스타레이크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베트남 도시개발 사업을 지속해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역시 경영진이 직접 나서 중동 네옴시티는 물론, 동남아 지역의 그린수소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윤영준 대표가 사우디 등 중동 핵심 국가의 메가 프로젝트를 챙기는 동시에 유럽 진출 교두보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최근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을 맺으며 K-원전의 유럽 진출을 본격화했고,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로 영역을 넓혔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호주 대규모 인프라 시장 진출과 함께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를 활용해 유럽·남미에서 장기 수익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또한 베트남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와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등 동남아 핵심 거점에서 복합개발사업을 진두지휘 중이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실적 순위도 변동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카타르 태양광 및 탄소 압축 설비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41% 증가한 69억 달러로 10대 건설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뉴스락> 에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위축된 국내 시장 상황 속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24년 2위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18억 5200만 달러로 수주 규모가 축소됐으며,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공장 수주 등을 통해 17억 4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실적을 끌어올렸다.

중동 공백 메울 '수주 다변화'...넘어야 할 구조적 장벽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4일 세종시 합강동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동주택 건설현장을 방문해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뉴스락]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4일 세종시 합강동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동주택 건설현장을 방문해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뉴스락]

중동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주춤하면서 K-건설의 수주 다변화와 사업 체질 개선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플랜트에 집중됐던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로 재편하는 동시에, 신흥 시장의 굳건한 진입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건설업계가 중동의 대체 시장으로 주목하는 국가들의 수주 환경은 치열하다. 글로벌 수주전에서 중국과 튀르키예 건설사들이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기대되는 인도 역시 복잡한 행정 및 인허가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 현지 기업과의 합작 없이는 대형 프로젝트 입찰 자체가 제한되는 구조적 특성 탓에, 중동의 수주 공백을 단번에 채울 대체 사업 발굴에 한계를 겪고 있다.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의 체질 전환도 시급한 현안이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은 주로 중동의 화석연료 기반 플랜트 공사에 편중돼 왔다.

이를 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에서 수요가 확대되는 일반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본 투입과 전문 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기존 공종에 맞춰진 설계 및 시공 역량을 새로운 분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투자 비용이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 체계를 가동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해외 건설 현장의 분쟁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해외건설 통합컨설팅 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유가 상승과 원자재비 증가, 공기 지연 등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중소·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법률·노무·세무 자문 시간을 기존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으며, 신청은 해외건설협회를 통해 접수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중동전쟁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흥 대체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트라(KOTR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 진입을 위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해외건설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유럽 수주 다변화의 신호탄이 된 체코 원전 사업을 지렛대 삼아, 동유럽 시장 추가 공략을 위한 민관 합동 협력 체계를 가동해 새로운 수주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내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일본 등 해외 선진 건설사들은 사업 발굴부터 토지 매입,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한 회사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지만, 국내는 건축사법에 따라 시공과 설계(건축사사무소)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사업에 진출할 때 다른 파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10년이나 20년 뒤 파트너가 바뀌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전체 사업 실적을 온전히 자사 것으로 가져가는 해외 경쟁사들과 달리, 국내 건설사는 설계·시공 겸업 제한으로 인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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