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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미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영화 '군체'로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지현이 말했다. 그는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군체'를 본 관객들은 전지현이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좀비 같은 감염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레인코트를 입고 걸어가는 장면이 '슬로우' 처리된 듯 3대 워킹씬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시간이 흘렀다. '군체'가 그리듯 세상도 변했다. 하지만 전지현은 여전히 '전지현'으로 산다.
'군체'는 둥우리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좀비처럼 변해버린 감염자에 맞서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지현은 '군체'를 단순한 좀비 영화로 정의하지 않았다. 그는 "장르물이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랐다"라며 "기존 좀비 영화와도 달랐다. 과거 좀비들은 개별적인 상태로 움직이는 통제 불능의 상태라면, '군체' 속 감염자들은 네트워크로 실시간 진화하고, 군집 된 상태로 움직인다.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다"라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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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동시에 현대인들이 스스로 사유하기보다 AI에게 생각을 통째로 양도해 가는 모습들을 비판하는 감독님의 재치 있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군체'에 매료된 지점을 이야기했다.
그 속에서 전지현은 생존자들의 리더가 된 '권세정' 역을 맡았다. 권세정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탓에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후, 새 일자리를 위해 컨퍼런스에 온 생명공학과 교수다. 전지현은 세정이에게 특별함보다 "인간의 본질"을 바랐다.
"특별하게 보이는 걸 바라지 않았다.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간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권세정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믿는 것을 잃지 않고 밀어붙이는 인물이다. 권세정의 선택이 관객들의 선택이고, 권세정이 결정이 관객에게 가닿기를 바랐다. 그런 지점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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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물이 아니라고 했지만, 전지현의 특별한 비주얼은 빛을 가릴 수 없었다. 그가 좀비 같은 감염자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피 칠갑이 된 레인코트를 입었을 때, 마치 런웨이 위처럼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전지현은 "상황에 충실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청바지에 흰 티를 입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고 강조했다.
특별한 비주얼은 액션 장면에서도 이어졌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고, 부딪혀 내동댕이쳐지는 모습 등에서 아낌없이 자신을 던졌다. 카체이싱 장면에서도 속도감과 쾌감을 관객에게 짜릿하게 전했다. 전지현은 "운동은 매일 해요. 나이가 든다고, 체력이 떨어져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예전에 제가 한 60대분께 그런 말씀을 들었어요. 자신이 다 늙었다고 생각했는데, 80대분께서 자신을 보며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하셨다고. 절대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만큼 기회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지금 할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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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정은 이혼한 남편 한규성(고수)의 현 부인 공설희(신현빈)와 '군체' 말미 연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전지현은 "처음에는 굳이 이런 설정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사람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시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더라. 관객마다 다양하게 해석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군체' 속 전지현은 감염의 시작이 된 빌런 '서영철' 역의 구교환과 둥우리 빌딩의 보안팀 직원 현석 역의 지창욱과 호흡을 맞췄다. 전지현은 구교환에 대해 "저와 함께 현장에 가장 오래 나온 배우 중 하나"라며 "현장에서 친해지게 됐다. 워낙 구교환이 센스가 있고, 의견을 제시하면 '이건 어떨까?'하고 딱 받아쳐 주는 친구다. 그러다 보니 저도 재미가 있다"라며 미소 지었다.
지창욱과는 '군도' 이후 JTBC 드라마 '인간X구미호'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전지현은 "'군도' 현장에서는 오히려 지창욱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친해졌다. 칸 영화제에서 '군체'를 보는데 다른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것 같더라. '인간X구미호'에서 지창욱과 함께하면 다른 느낌이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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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100억 이상 자본금의 대작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여배우는 여전히 흔치 않다. 그중 한 명이 전지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전지현은 "어릴 때부터 활동하면서,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점을 고민했다. 배우로서의 폭이 넓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경쟁력이 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선택한 것들이 저에게 경험이 되며,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혀준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전지현은 데뷔 때부터 아이콘으로 존재해왔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 속 캐릭터, 뮤직비디오, 광고까지 여전히 회자되는 걸 보면 전지현이 걸어온 길이 여러 대중에게 얼마나 깊게 패어있는지를 짐작게 한다. 그런 전지현이 말하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깊이 닿는다. 그 말은 지금의 전지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인지도 모른다.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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