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300만원, 10년 무명도 꺾지 못한 박성웅의 ‘인생 철학’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전 재산 300만원, 10년 무명도 꺾지 못한 박성웅의 ‘인생 철학’

위키트리 2026-05-29 23:32:00 신고

3줄요약

배우 박성웅이 KBS 2TV ‘심우면 연리리’에서 낯선 얼굴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배우 박성웅이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늑대사냥'(감독 김홍선) VIP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심우면 연리리’는 청정 구역 연리리로 이사 온 도시 가족 성태훈네가 서울 복귀를 꿈꾸며 버티는 가족 힐링 드라마다. 박성웅은 극 중 대기업 부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가족과 함께 농촌에 내려가게 된 가장 성태훈 역을 맡았다.

영화 ‘신세계’의 이중구로 각인된 박성웅을 떠올리면 ‘심우면 연리리’ 속 성태훈은 꽤 낯설다. 차가운 눈빛과 낮은 목소리로 화면을 누르던 배우가 이번에는 낯선 마을 한복판에서 가족을 붙들고 버티는 아버지로 선다. 배역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는 박성웅이 오래전부터 지켜온 삶의 철학이 겹쳐 보인다.

박성웅은 한국외국어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배우의 길을 택했다. 안정된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서는 쪽을 골랐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름이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1997년 영화 ‘넘버 3’로 데뷔한 뒤 약 10년 동안 무명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조·단역을 거치며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했다. 낮에는 오디션장을 돌았고, 밤에는 편의점 카운터를 지켰다. 막노동과 비디오가게 일도 피하지 않았다.

박성웅의 지난 시간은 지금의 연기에도 스며 있다. 현재 ‘심우면 연리리’에서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성태훈을 연기하는 박성웅에게는, 실제로도 긴 시간을 버틴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무게가 있다.

1. 물러설 문을 남겨두지 않았다

박성웅은 과거 인터뷰에서 무명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힘에 대해 “힘들 때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학과 졸업장은 그에게 다른 길이 될 수도 있었다. 배우 일이 풀리지 않으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뒤 다른 선택지를 뒤에 두지 않았다. 일이 없던 시절에도 배우라는 이름을 내려놓지 않았다. 편의점, 막노동, 비디오가게 일까지 하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그 시간마저 배우로 가기 위한 하루로 받아들였다.

한번은 편의점에서 일하던 중 동네 비디오가게 사장이 그를 알아보고 왜 여기서 일하느냐고 물었다. 박성웅은 “편의점 점원 역할을 맡아서 경험 중”이라는 식으로 둘러댔다고 한다. 무명 시절을 숨기고 싶었던 순간이었지만, 그는 그 상황도 농담처럼 넘겼다.

‘심우면 연리리’ 속 성태훈도 비슷한 자리에 선다. 도시에서 쌓아 올린 자리를 내려놓고 낯선 농촌 생활에 들어선다.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당장 눈앞의 하루를 버텨야 한다. 박성웅이 그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리는 데에는 그의 지난 시간이 깔려 있다.

2. 기회는 준비 없이 오지 않는다

무명 시절 박성웅이 놓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액션 훈련이었다. 그는 정두홍 감독의 액션스쿨에서 몸을 익히며 기회를 기다렸다. 배역이 없다고 쉬지 않았다. 언제 어떤 장면이 주어질지 모르기에, 먼저 준비해둔 쪽을 택했다.

그 준비가 드러난 작품이 MBC ‘태왕사신기’였다. 오디션장에서 제작진이 말을 탈 수 있느냐고 묻자 박성웅은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실력보다 먼저 나온 것은 간절함이었다. 이후 촬영 현장에서는 승마와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자신에게 온 기회를 붙잡았다.

기회는 늘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다만 준비해둔 사람에게 왔을 때 더 오래 머문다. 박성웅은 배역이 없어도 몸을 만들었고, 일이 없어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 쌓여 뒤늦게 찾아온 순간을 놓치지 않게 했다.

‘심우면 연리리’에서 성태훈은 익숙하지 않은 농촌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회사에서 쓰던 방식은 밭과 마을 앞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다시 배우고, 부딪히고, 가족을 위해 버틴다. 박성웅의 실제 시간과 성태훈의 극 중 하루가 겹쳐지는 지점이다.

방송 화면 캡처. / KBS '심우면 연리리'

3. 고개를 숙여도 자신을 낮추지는 않았다

‘태왕사신기’ 오디션 당시 박성웅은 김종학 감독 앞에서 무릎을 굽히며 한 번만 믿어달라고 매달린 일화를 털어놓은 바 있다. 배역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포기했다는 뜻과는 달랐다.

그는 오랫동안 조·단역을 거치면서도 언젠가는 더 큰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름이 앞에 놓이지 않는 시간에도 카메라 앞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았다. 그래서 오디션장에서 고개를 숙인 장면은 굴욕보다 절실함에 가까웠다.

그 절실함은 2013년 영화 ‘신세계’에서 터졌다. 박성웅은 이중구 역으로 관객에게 강하게 남았다. 거친 말투와 무게감 있는 걸음, 서늘한 표정이 한데 묶이며 박성웅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중구는 갑자기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었다. 오랜 무명, 수많은 오디션, 몸으로 익힌 현장 감각이 쌓인 뒤 나온 결과였다. 박성웅은 자신에게 온 배역을 붙잡았고, 그 배역은 다시 박성웅을 대중 앞에 세웠다.

4. 가장 어려운 때 가장 큰 약속을 했다

박성웅의 삶에서 배우 신은정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태왕사신기’ 현장에서 만나 가까워졌고, 이후 부부가 됐다. 박성웅은 과거 방송에서 신은정에게 마음을 전했던 순간을 직접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 박성웅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300만원을 들고 결혼했다”고 말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2700만원을 대출받았고, 집 안에 살림살이가 없어 여행용 트렁크 위에서 밥을 먹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신은정은 그의 곁에 섰고, 박성웅은 그 믿음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 약속은 박성웅에게 또 다른 버팀목이 됐다. 배우로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해졌다. 그래서 그의 지난 시간은 혼자 버틴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곁에 있는 사람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틴 이야기이기도 하다.

‘심우면 연리리’에서 박성웅이 맡은 성태훈 역시 가족을 앞에 둔 인물이다. 회사에서 밀려나듯 농촌에 내려왔지만,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가족을 붙잡아야 한다. 박성웅이 그려내는 가장의 표정이 가볍게 보이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성웅은 오래전 편의점 카운터를 지키던 무명 배우였다.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무대를 오가며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가 됐다. 그 사이에는 화려한 한순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도망칠 길을 남겨두지 않은 선택, 기회가 오기 전부터 몸을 만든 시간, 오디션장에서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신을 믿은 태도, 가장 어려운 때 한 약속을 지키려 한 마음이 있었다.

KBS 2TV ‘심우면 연리리’ 속 성태훈은 낯선 마을에서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박성웅의 지난 시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이 없어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이름이 불리지 않아도 배우의 자리를 지켰다. 지금 박성웅이 연기하는 성태훈에게서 오래 버틴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까닭이다.

배우 박성웅. / 뉴스1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