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은 누구나 인정하는 6·3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과 보수의 거물급 대권주자, 국회의원·장관 출신의 지역 토박이 인사가 3파전 혈투를 벌이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판세가 세 차례나 크게 출렁이는 역동적인 흐름이 이어지면서 실제 투표 결과에 막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곡점① 3파전서 치고나간 하정우…높아진 보수 단일화 촉구 압력
6·3재보궐선거가 열리는 14개 지역구 중 부산 북갑에 전국적인 시선이 쏠리게 된 계기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도전이다. 올 초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이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던 한 전 대표는 4월 중순 부산 북구 만덕동에 집을 구하면서 북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로부터 보름 뒤 민주당 후보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출마가 결정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박민식 후보까지 합류해 3파전 구도가 완성됐다.
3자 구도가 안착된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하정후 민주당 후보의 독주 속에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며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5월 1~3일 SBS-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북갑 유권자 503명, 전화면접)에서 하정우 38%, 박민식 26%, 한동훈 21%의 결과가 나왔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하정우 대 박민식 46% 대 36%, 하정우 대 한동훈 43% 대 30%로 하 후보의 강세가 뚜렷했다.
같은 달 4일과 5일 JTBC-메타보이스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북갑 유권자 501명, 전화면접)에서도 하정우 37%, 박민식 26%, 한동훈 25%로 나타나면서 '1강2중' 구도가 유지됐다.
그러자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시작으로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가 단일화 필요성을 외쳤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응답자의 단일화 찬성 의견도 60%를 넘어섰다.
변곡점② 전략 차이가 낳은 민심 변화…'1강 2중'에서 '2강 1중으로'
하지만 박 후보와 한 후보는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박 후보는 수차례 공식적으로 단일화 불가 의지를 피력했고 한 후보 역시 미련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후보는 한 날 한 시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두 후보의 전략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박 후보는 당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등에 업고 기세를 올렸다. 나머지 후보들을 사실상 외부인으로 취급하면서 자신은 이곳에서의 재선 이력을 내세우며 유일한 '북구사람'임을 강조했다.
반면 한 후보는 지역밀착형 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별도의 수행원 없이 나홀로 '뚜벅이 유세'에 돌입했다. 친한계 의원들이 돕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지만 이를 만류하고 한 두 명의 수행 인원만 대동한 채 지역 곳곳을 샅샅이 훑으며 밑바닥 표심 공략에 주력했다.
민심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마 선언 일주일 뒤인 16일부터 18일까지 MBC-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북갑 유권자 500명, 전화면접) 결과는 하정우 38%, 박민식 20%, 한동훈 33%로 하 후보와 한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하 후보가 40% 벽에 묶여있는 사이 30%를 돌파한 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강 2중'의 구도는 순식간에 '2강 1중'으로 전환됐다. 이 시기 본지가 직접 방문한 부산 구포시장은 선거 열기로 뜨거웠다. 한 후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고,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후광을 받은 하 후보의 지지세도 상당했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박 후보도 역전을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변곡점③ 박민식 20%선 붕괴…한동훈에 급격히 쏠리는 보수 표심
선거를 2주 앞두고 21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서 분위기는 다시금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단일화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보수 유권자들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21일과 22일 세계일보-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북갑 유권자 502명, 전화면접)에서 한 후보는 36%를 얻어 35%를 기록한 하 후보를 오차범위 안이지만 처음으로 앞질렀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한동훈 45%, 하정우 41%로 조사됐다. 반면 박 후보는 19%를 기록해 20%선이 붕괴됐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앞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26일과 27일 실시된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북갑 유권자 500명, 전화면접)에서는 하정우 37%, 박민식 14%, 한동훈 43%로 조사됐다. 오차범위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박 후보에서 한 후보로의 보수 표심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친한계 한 인사는 29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상한 대로 투표에 의한 단일화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제 결과는 기대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 후보가 존재감 어필에 실패한 것과 박 후보가 장동혁 대표를 위시한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 밀착한 것이 지금의 구도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했다.
화려한 귀환이냐 가시밭길이냐…韓 당락에 달린 '보수 재건'
이처럼 한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겨야만 보수가 재건되고 북구가 발전하고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박살낼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부산 방문과 관련해서도 "박정희·김영삼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시작했다"며 "박정희의 애국심과 김영삼의 배짱·기개로 공소취소 폭주를 반드시 박살낼 테니 얼마든지 선거 개입 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구도가 굳어진 상태로 북갑 선거가 끝나게 되면 보수 진영의 무게추는 한 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는 스스로 수차례 공언한 보수 재건을 내세워 공세 전환과 함께 본격적인 세력화 및 복당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장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선거 직전 새로운 변수나 급격한 표심 변화로 한 후보가 낙선할 경우 제명 당시보다 더 힘든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차기 총선이 있는 2028년까지 최소 2년은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경우 한 후보의 정치 생명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낙선되더라도 본인 스스로 그렇게 동력이 별로 꺼질 것 같지는 않고 정치적으로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등이든 3등이든 지는 결과는 굉장히 어려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낙선하게 되면 친한계라 불리는 사람들이 '누구세요'라고 할 것"이라고 냉정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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