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로도 못 막은 헌혈 위기…'첫 참여' 늘리고 '평생 헌혈자'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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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로도 못 막은 헌혈 위기…'첫 참여' 늘리고 '평생 헌혈자' 키워야

르데스크 2026-05-29 19:26:55 신고

3줄요약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국내 혈액 수급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헌혈 건수는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하는 반면 처음 헌혈에 참여하는 신규 헌혈자는 감소세를 보이면서 혈액 공급 기반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헌혈 시스템이 기존 헌혈자들의 반복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신규 헌혈자 유입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올해 4월 발간한 '2025년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헌혈률은 5.56%(약 283만9600건)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실제 헌혈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헌혈자 실인원수는 약 125만12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헌혈자 수가 감소했음에도 전체 헌혈 건수가 유지된 것은 기존 헌혈자들의 반복 참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헌혈 횟수는 2.27회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적은 수의 헌혈자가 더 자주 헌혈에 참여하면서 전체 혈액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신규 헌혈자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생애 처음 헌혈에 참여한 '생애 첫 헌혈자'는 총 25만4519명으로 전체 헌혈자의 9.7%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9.3%까지 떨어진 이후 10%대를 간신히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다시 10% 아래로 내려앉았다.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에서는 헌혈 자격을 갖춘 국민이라면 누구나 혈액을 기증할 수 있다. 사진은 신논현역 인근 헌혈의집 강남센터 입구. ©르데스크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령인구 감소를 꼽고 있다. 실제 생애 첫 헌혈자의 상당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청소년·청년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6~21세)는 약 697만8000명으로 2020년 789만명과 비교해 90만명 이상 감소했다. 헌혈 잠재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혈액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혈액 관련 기관들도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이 진행한 '두바이쫀득쿠키' 증정 행사다.

 

당시 SNS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던 간식을 헌혈자들에게 제공하면서 행사 당일 헌혈자 수는 1000명을 돌파했다. 이는 평소 대비 약 2.8배 증가한 수치다. 광주·전남 지역 혈액 보유량도 이틀 만에 3.5일분에서 5.5일분으로 늘어나 적정 보유 기준인 5일분을 회복했다.

 

실제로 헌혈 경험이 없다는 대학생 손주하 씨(20·여)는 "고등학생 때 학교에 헌혈 버스가 자주 왔지만 수면시간 부족이나 헌혈 기준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보상 체계가 마련된다면 헌혈 참여 의사가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이벤트성 대책이 장기적인 헌혈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헌혈자 수는 약 22만16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3000명가량 증가했지만 2월에는 18만5100명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1만6000명 이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품 지급보다 지속 가능한 참여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회성 이벤트 중심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헌혈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보다 장기적 관점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혈 실적을 사회봉사 활동이나 공공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일정 부분 인정해주는 방식의 인센티브를 확대하면 헌혈 참여를 늘리면서도 정책 운영 비용은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헌혈이 습관이 된다"…기존 헌혈자에 의존하는 구조 지속

 

▲헌혈의집 강남센터에서 생애 첫 헌혈을 하고 있는 본지 기자 모습. ©르데스크

 

헌혈 현장에서는 헌혈을 한 번 시작한 사람들이 꾸준히 참여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르데스크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헌혈의집 강남센터'를 찾았을 당시 대기 인원은 거의 없거나 1~2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헌혈자 상당수는 이미 여러 차례 헌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직장인 김문겸 씨(34·남)는 "처음에는 봉사활동 실적을 위해 방문했지만 이후에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꾸준히 헌혈하고 있다"며 "한 시간 정도 투자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혈액 공급 체계는 사실상 기존 헌혈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등록헌혈회원 제도인 'ABO Friends'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ABO Friends 회원들의 헌혈 건수는 총 208만2703건으로 전체 헌혈의 약 79%를 차지했다. 이는 혈액 수급이 일부 충성도 높은 헌혈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유입이 줄어들 경우 장기적으로 혈액 공급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헌혈자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스웨덴의 헌혈 알림 서비스가 지목된다. 스웨덴에서는 헌혈자의 혈액이 실제 환자에게 수혈되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려준다. 반면 국내 혈액관리 시스템에서는 헌혈자가 자신의 혈액이 실제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헌혈은 군대나 학교 등 단체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사회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헌혈 참여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헌혈자에게 건강검진 지원이나 각종 공공 혜택을 제공하는 등 생명 나눔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자발적 헌혈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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