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돈을 빌려준 은행도 몰랐고, 인허가를 내준 구청의 시계와도 맞지 않는다. 2010년 쌍용건설이 시공한 남산 타워호텔 리모델링 현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백억 원대 공사비 흐름이 장부를 따라 움직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쌍용건설이 재무 건전성 악화로 벼랑 끝에 몰리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업 도산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경영진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가. <뉴스락> 은 회계 장부와 금융 구조, 인허가 기록 사이의 모순을 추적해 남산 한복판에서 벌어진 ‘유령 공사비’ 의혹의 실체를 검증해본다. 뉴스락>
[뉴스락] 서울 남산의 대표 호텔이었던 옛 타워호텔은 2010년 최고급 휴양시설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이 리모델링 과정에서 시공사였던 쌍용건설의 공사비 집행 구조를 둘러싼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당시 남산 타워호텔 대수선 공사 과정에서 초기 PF 대출 구조를 넘어서는 규모의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대주단이 승인한 PF 자금과 실제 완성공사액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했고, 그 차액 상당 부분이 B2B 전자어음 방식으로 처리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통상적인 PF 사업 구조와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PF 승인액 436억, 완성공사액 1378억…‘942억 외상 공사’ 논란
남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지난 2007년 시행사 어반오아시스가 호텔을 인수하며 본격화됐다.
이후 쌍용건설이 약 3년간 리모델링(대수선) 공사를 진행해 2010년 6월 현재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로 문을 열었다.
쟁점은 이 공사 기간 동안 투입된 자금의 흐름이다.
쌍용건설은 그간 해당 공사가 코스트 앤 피(Cost-plus Fee·실비정산) 방식으로 진행됐고, 이에 따라 공사비가 당초 700억 원 수준에서 1400억 원대로 증가했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금융권 및 건설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실무자들은 이 해명이 PF 자금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생리와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뉴스락>뉴스락>에 들어온 제보 내용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2007년 6월 30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0년 11월 30일까지 1378억원의 기성액(완성 공사액)을 올렸다. 이 중 대주단이 승인한 PF자금은 단 436억원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상 약 942억 원 규모의 공사비가 PF 승인 범위를 넘어선 셈이다. 이와 관련해 쌍용건설은 실제 공사를 수행한 하도급업체 등에 961억 원 상당을 B2B 전자어음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제보자 A씨는 “검찰 조사에서 PF자금 436억원에 대한 쌍용건설의 취득분은 16%가량이라고 들었다”며 “외상으로 진행된 942억원 공사에서도 정상적이라면 16%를 제외하고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형 건설사가 본사 마진 150억 원을 남기기는커녕, 하도급에 961억 원을 몰아준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어음을 융통하면서 긴 기간 발생한 막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까지 쌍용건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시중은행 PF담당자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ABCP 기반 PF론 구조상 대주단의 승인이나 재협의 없이 대규모 추가 자금을 융통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코스트 앤 피 방식 역시 대주단 입장에서는 사업비 통제가 불가능해 극도로 꺼리는 구조"라고 못 박았다. ※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란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
특히 담보물 관리 측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담당자는 "PF 사업장은 담보물 자체가 대출 회수의 핵심 기반인데, 공사 범위나 사업비가 크게 변동될 경우 담보가치와 사업 리스크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통상 대주단 승인 없이 수백억원 규모 추가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무자들은 '배임' 가능성도 제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사가 나중에 수익이 나면 공사비를 주겠다고 할 때 확실한 자금 회수 보장 없이 수백억 원의 외상 공사를 감당하는 시공사는 없다"며 "수익성 담보가 없으면 '안 해'하고 현장을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 생태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비 회수 가능성이 100% 확보되지 않은 파산 직전의 현장에 942억원이라는 거액의 회사 신용을 밀어 넣은 것 자체가 경영진의 묵인이나 지시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꼬집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공사비 증가 구조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수사기관 판단이나 확정된 사법 판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핵심은 당시 공사비 증액과 전자어음 발행, 하도급 대금 지급이 실제 공정 및 자금 집행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다.
1400억 공사에 700억 보험... 감시망 사라진 뒤 나타난 부채
공사보험 부보금액도 논란의 지점이다
시행사 어반오아시스의 2008년 및 200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타워호텔 리모델링 공사보험 부보금액은 700억 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시공사 주장대로 2009년에 공사비가 14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대규모 설계변경이 있었다면 공사보험 역시 1400억 원 이상으로 증액되는 일반적이다.
그러나 관련 회계 기록 어디에도 보험을 증액한 흔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가장 위험한 기존 외벽 철거 및 구조보강 공정이 끝난 이후라 추가 보험 가입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며 “이후 증액된 공사비 대부분 마감‧인테리어 공사에 집중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소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중견건설사 개발사업팀장은 “공사할 때 공사비 변동이 생기면 보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며 “공사 도급계약의 변경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서를 근거로 해서 공제 보험 등 각종 보험들은 다 배서하거나 갱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PF담당자 역시 “공사비가 크게 증가하면 통상 PF 약정 규모, 보험 가입 금액, 추가 담보 및 자금조달 구조 등에도 변화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비 증가 폭에 비해 금융 약정이나 보험 규모 변화가 제한적이라면, 업계에서는 자금 반영 구조나 비용 처리 방식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채무 기록에서도 불일치가 포착된다.
2009년 말 기준 쌍용건설은 대규모 공사미수금을 계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반오아시스 감사보고서상 관련 미지급금 규모는 41억 원에 그쳤다.
특히 당시 사업장은 리먼브러더스와 신한은행 등 대주단 관리 아래 있었다는 점에서, 이면의 외상 채무가 장부상 고의로 누락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후 2010년 6월 기존 대주단이 저축은행 컨소시엄 대환과 함께 철수하자 상황은 급변한다.
어반오아시스 감사보고서에는 기존에 없던 942억 원 규모 공사미지급금이 유동부채로 새롭게 등장했다. 대주단 철수 직후 숨겨져 있던 채무가 뒤늦게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주단 관리 체계 아래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채무가 대환 이후 재무제표상 한꺼번에 표면화된 셈이다.
더구나 당시 쌍용건설의 매출채권과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살펴보면 의혹은 더 증폭된다.
2010년 말 기준 쌍용건설의 총 매출채권은 6569억원(대손충당금 511억원, 7.7%), 상거래 이외의 채권인 미수금은 1146억원(대손충당금 63억원, 5.5%) 규모였다. 당시 시행사 어반오아시스는 마이너스(-) 1438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공사비 회수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럼에도 쌍용건설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채권에 대해 5%대 수준의 제한적인 충당금만 설정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 상태인 업체의 1000억원 대 거대 채권을 95% 이상 회수 가능한 우량 채권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5%대만 쌓은 것은 정상적인 외부감사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해 연도 영업손실을 축소하려 한 전형적인 '장부 마사지'거나 이면 합의가 깔려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회계 처리"라고 말했다.
하도급 장부와 실적 신고도 엇갈려…코스트 앤 피 해명과 충돌
쌍용건설이 제시한 코스트 앤 피 방식 설명도 일부 장부 기록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9년 3분기 기준 해당 현장의 완성공사액은 약 596억 원으로, 당초 도급액 700억 원 기준 공정률은 이미 85%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사실상 마감 공정 단계에 진입한 상태였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도급액은 돌연 1400억 원으로 두 배 급증한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당시 까다로운 반얀트리 본사 기준 탓에 설계가 늦어져 ‘코스트 앤 피’ 방식으로 먼저 공사를 진행했다”며 “매번 계약서를 고치기 어려워 준공 직전 합의해 도급계약서를 일괄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정률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장에서 남은 공사 기간 동안 도급액이 갑작스럽게 두 배로 뛰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견건설사 개발사업팀장은 "도급 계약을 시작했는데 땅을 파다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특히나 증축이나 리모델링 수직 수평 증축 현장들 같은 경우 우발적인 공사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2배나 증액되는 현장은 실무하면서 한번도 못 가보긴 했다"며 "최초 700억원으로 시작한 공사가 변경 계약이나 확실한 자금 확보 없이 14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폭증하는 구조는 일반적인 시공사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한 숫자"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규모 되는 회사들은 문제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민간 사업에서 코스트피 방식으로 계약을 안 한다”고 일축했다.
통상 코스트 앤 피 계약은 공사 원가에 이익분을 더한 실비 정산 구조인 만큼 최종 공사비가 유동적으로 변동되며, 확정된 도급잔액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쌍용건설 사업보고서에는 매년 명확한 ‘계약잔액’이 기재돼 있었고, 해당 잔액은 분기별로 이월 관리된 흔적까지 확인된다.
해당 타워호텔 리모델링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여럿에서도 계약잔액이 명시되는 등 같은 양상을 보였다.
특히 마감공정을 맡았던 인테리어 A업체 대표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현장은 입찰 조건 자체에 공사비를 전액 PF 자금인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어 최저가 입찰이었다”며 “공사비가 PF 자금인 현금으로 직접 나오기 때문에 (공사대금이)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지급하면 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A업체의 실제 공사 실적 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서울북부지검에 회신한 타워호텔 리모델링 공사 하도급업체 기성실적 신고 내용에 따르면, A업체는 2010년 7월 31일까지 약 193억 5890만원의 공사비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업체가 직접 공시한 2010년 외부감사보고서에는 해당 공사의 완공 예정일이 2월 28일, 도급액은 78억원으로 명확히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장부상 완공 시점인 2월 28일 이후에도 협회에는 원래 도급액을 훌쩍 뛰어넘는 115억원 가량의 정체불명 공사비가 추가로 신고된 셈이다.
결국 공시상 나타난 계약 구조와 하도급 업체의 기이한 실적 신고 내역은 쌍용건설이 설명한 실비정산형 계약 보다는 오히려 총액도급 방식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비정산 계약이었다면 공사비 자체가 유동적으로 변해야 하지만, 실제 장부에서는 오히려 고정 도급계약처럼 잔액이 관리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모순이 반복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당시 대규모로 발행된 B2B 전자어음과 공사비 증가분이 실제 공사 진행 및 자금 집행 구조와 정확히 연동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쌍용건설이 유동성 위기와 워크아웃 가능성에 직면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은 당시 자금 흐름과 회계 처리 전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석준 회장은 지난 2006년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시 대규모로 발행된 B2B 전자어음의 실제 현금화 과정과 최종 자금 귀속 구조 역시 규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보자 측은 하도급업체에 지급된 전자어음이 할인 과정에서 현금화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다시 외부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 결과나 확정된 사법 판단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일부 부실 PF 사업장에서 하도급 공사비와 어음 할인 구조가 문제 된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당시 타워호텔 공사의 실제 공사비와 자금 집행 구조가 어떻게 연결돼 있었는지는 추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공사비 증가가 아니다.
PF 승인액, 공사보험, 미지급금 반영 시점, 하도급 실적 신고, 전자어음 발행 구조가 서로 일관되게 설명되는지 여부다.
쌍용건설 측은 공사비 증가가 실비정산 방식과 설계 변경, 마감·인테리어 공정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반면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토대로 자문을 얻은 관련 업계 관계자들 대다수는 “공시와 장부, 자금 흐름 사이에 설명되지 않은 공백이 남아 있다”고 봤다.
현재로서는 위법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당시 계약서, 대주단 승인 자료, 보험 변경 내역, 하도급 정산 자료, 전자어음 할인 및 회수 구조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1000억 원에 육박하는 공사비 차이가 발생한 대형 PF 사업에서 관련 기록들이 매끄럽게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향후 소명이 필요한 대목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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