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어난 일을 지금 다시 생각해보는 것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미 일어난 일을 지금 다시 생각해보는 것

문화매거진 2026-05-29 17:41:20 신고

▲ 도망치듯 돌아오던 2022년 어떤 날 버스 창밖을 찍은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 도망치듯 돌아오던 2022년 어떤 날 버스 창밖을 찍은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아직도 가끔 새로운 팔로우가 내 전시의 전경 이미지에 ‘좋아요’를 누른다. 그 시점에 나는 전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여유롭게 전시를 준비해서 진행해 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끝나고 나면 도망치듯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놓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때의 내가 급했다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인지, ‘좋아요’ 같은 작은 반응에도 과거의 전시가 말을 꺼내줄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돌이켜보는 것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끝난 전시임에도 그것이 괜찮은 전시였는가를 돌이켜보거나 그 전시로 내가 만족했는가를 면밀히 생각해 보는 것은 전시를 진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겠지만 이상하리만치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쩌면 스스로 내리는 평가가 가혹할 것을 미리 아는 것은 아닐까. 

바쁘게 자리를 나서는 사람을 상상한다. 특히 사람들이 긴 의자에 쪼르르 마주 보고 앉게 되는 호프집 같은 곳에서 말이다. 중앙쯤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은 타이밍을 계산하다가 어느 시점에 급하게 나서기 시작한다. 일어섬과 동시에 좁아지는 자리의 면적, 다른 사람의 옷과 다리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재빠른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좁은 길을 가늠하며 발 디딜 틈을 짐작하고, 어쩌면 발뒤꿈치는 들고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호수에 떠있는 오리처럼 발은 바쁘더라도 허리 위로는 느긋하게, 허둥지둥이 티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방의 무언가가 어딘가에 걸리거나 작은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지만 무시하고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우선한다. 작은 립밤이나 영수증 같은 것이 떨어져도 줍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리 없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던 문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걸어온 길이 남은 길보다 많아지고, 금방 도착하게 된다. 급하게 나온 뒤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등 뒤에 두고 다시 나만의 공간을 찾아 어둠 속으로 도망친다. 

전시가 끝나던 날도 그랬다. 마지막 관람객이 나가고 나서 나는 작품들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다. 조명을 끄기 전 한 번쯤 전체를 천천히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포장재를 꺼내 작품을 감쌀 때 손이 조금 빨랐다. 만약 전시에 아쉬움이 있었더라면 그 아쉬움도 급하게 포장재에 포장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것을 찾으려면 창고를 뒤져야 한다. 전시장 문을 닫고 나오면서 한 번 돌아보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두고 온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시선이었지, 기억하려는 시선은 아니었다. 그렇게 전시를 거기 놓고 왔다. 아마도 나는 그런 식으로 조금은 도망치듯 전시장을 잊었다. 

그럼에도 내 작업과 전시는 내 전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좋아요’에 다시 반응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오래된 이미지에 ‘좋아요’를 누를 때, 나는 내가 두고 온 것이 여전히 거기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도망쳤는데 사라지지 않은 것. 그것은 불편함과 안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전시를 시작하는 것에는 집중했지만, 끝냄에도 집중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올해의 끝에는 이전의 전시들을 다시 돌이켜볼 계획이다. 전시 기간 내내 정신이 없어서 작업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작가에게 직접 위로의 말을 건네지는 못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그 위로를 생각해 본다. 나도 그랬다는 말이 아니라, 끝난 전시를 돌이켜보는 방법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에 대해서. 그 위로가 결국 나에게 건네는 말이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알맞은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아직은 그 말을 찾는 중이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