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최근 경주에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여행은 아니었고, 거의 즉흥에 가까웠다. 며칠 전까지도 갈지 말지 정하지 못하다가, 날씨가 좋다는 말에 가방을 챙겼다. 그때는 어딘가 잠깐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멀리 떠날 기력은 없었지만,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경주는 그런 순간에 떠올리기 좋은 도시였다. 완전히 낯설지는 않지만 도착하면 일상의 방향이 조금 바뀌는 곳.
경주는 4년 전에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의 경주는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조용한 도시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유적과 유적 사이에 빈틈이 있었고, 오래된 도시 특유의 느린 간격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분위기가 꽤 달라져 있었다. 황리단길은 더 붐볐고, 골목마다 카페와 숙소, 작은 상점들이 많아졌다. 무덤 옆에 오늘 문을 연 카페가 있고, 절터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바로 근처에서 커피를 마신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경주에서는 그 장면이 곧 익숙해졌다. 오래된 시간과 지금의 취향이 완전히 섞이지는 않지만,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국립경주박물관이었다. 경주에 가면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불국사 같은 장소가 먼저 떠오르지만, 경주를 조금 더 제대로 보고 싶다면 박물관을 빼놓기 어렵다. 밖에서 보는 경주가 도시의 표면이라면, 박물관은 그 아래에 있던 시간을 꺼내 보여주는 곳에 가깝다. 길에서 본 능과 절터, 오래된 지명들이 박물관 안에서는 구체적인 물건이 되고, 한 시대의 생활감이 된다.
신라역사관에서는 신라의 성립부터 통일신라에 이르는 흐름을 볼 수 있다. 금관과 장신구, 무덤 출토품은 단순히 화려한 유물이 아니라, 신라가 권위와 아름다움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었는지 알려준다. 특히 금관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 훨씬 섬세했다. 얇은 금판을 세우고, 나뭇가지처럼 뻗은 장식을 만들고, 작은 곡옥(굽은 구슬)과 달개(금관 따위에 매달아 반짝거리도록 한 얇은 쇠붙이 꾸미개) 장식을 매단 구조는 단순한 장신구라기보다 왕권과 의례를 시각화한 물건처럼 보였다.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 유물도 직접 보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신라미술관에서는 불교미술을 중심으로 신라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불상과 사리기, 기와와 전돌 같은 유물들은 신라가 불교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국가의 질서와 예술의 언어로 발전시켜 온 과정을 보여준다. 비슷해 보이는 불상도 자세히 보면 표정과 자세, 손의 모양, 옷주름의 흐름이 다르다. 조각은 단지 종교적 대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이상적인 몸과 얼굴, 믿음의 태도를 어떻게 상상했는지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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