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 중 509명이 기후 관련 공약을 내세웠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2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후정치바람, 서울환경연합 등이 소속된 전국 기후시민단체는 29일 전국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의 기후공약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 결과 전체 후보 624명 가운데 509명(81.6%)이 한 가지 이상의 기후 관련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공약 분야별 편중 현상은 뚜렷했다. 유형별로는 교통 분야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37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에너지 전환’(254명), ‘기후적응’(139명), ‘자원순환’(90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건물 부문은 45명, 탄소중립 목표 제시는 21명, 일자리·정의로운 전환 관련 공약은 17명에 머물렀다.
이들은 기후 공약이 수적으로는 늘었지만 실효성과 구체성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통 분야의 경우 교통패스 확대나 요금 지원 등 생활비 경감 성격의 공약이 다수를 차지한 반면, 전기버스 도입 확대나 차 없는 거리 조성, 주차 수요 관리처럼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건물 부문 공약 역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단체는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정당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대표적 반기후 개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기후와 복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표적 정책 수단인 그린리모델링, 조례 제정을 통한 건물 에너지 기준 강화 등 공약은 적은 반면 파크골프장 건설·확충 공약은 전국 173개 지역 253명의 후보가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에너지전환 관련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 비율은 광역도 지역 후보의 경우 55.13%에 달한 반면 광역시 후보는 21.43%에 그쳤다.
단체는 농촌 지역에서 ‘햇빛소득마을’, ‘바람연금’ 등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정책이 비교적 활발하게 제시됐지만 전력 소비가 집중되는 도시 지역에서는 가정용 태양광 확대와 같은 도시형 에너지전환 공약이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후보들이 기후 공약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증가 가능성이 있는 개발 공약을 함께 내세운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들은 주차장 확충,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용적률 상향, 공항 건설, 데이터센터 유치, LNG·원전·소형모듈원전(SMR) 확대 등을 대표적인 ‘반기후 공약’ 사례로 분류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은 전국 52명의 후보가 제시했지만 재생에너지 활용이나 수열 냉각 시스템 등 전력·냉각 대책까지 함께 언급한 후보는 4명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전국 평균 주차장 확보율이 이미 103% 수준임에도 추가 주차장 조성 공약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고 평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지방선거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큼에도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적으로 제시한 후보가 극소수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탄소중립 로드맵이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약에 포함한 후보는 전체의 3.4%인 21명뿐이었다. 기후예산제를 언급한 사례 역시 일부에 머물렀다.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박기남 대표는 “전체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지만 개발 중심 공약과 산업 성장 논리가 여전히 강하게 병존하는 양상이 확인됐다”며 “후보자 상당수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친환경 교통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대규모 개발사업, 도시확장, LNG·산단 중심 정책을 함께 제시해 정책 간 충돌가능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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