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 답사기: 영화제부터 동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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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행 답사기: 영화제부터 동네까지

문화매거진 2026-05-29 16:24: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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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동화마을에서 촬영한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 인천 동화마을에서 촬영한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인천에서 제 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열렸다.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그 낮과 밤을 기대하며 향했다. 올해는 느슨하게 일정을 잡고 네 편의 영화를 보았다. 개중 만족스러운 영화가 많지는 않았지만, 내년 이 시기에도 인천을 찾을 것 같다.

디아스포라영화제라는 특성상 다양한 결의 영화들을 연달아 만나게 되었는데, 두 편쯤 보았을 무렵부터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다면 굳이 영화관에 올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여러 편의 다양한 영화들을 보며 바로 그것이 이 영화제를 찾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서 온 영화들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보는 것, 그 경험이 만들어 내는 마찰과 질문들.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영화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무언가를 보러 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와 영화 사이의 시간에는 밥을 먹고 거리를 걸었다. 영화를 보며 떠오른 질문들을 나누면서 인천의 골목을 스쳤다. 보라색, 주황색, 노란색의 벽들이 나타났다. 누구의 취향인지 알 수 없는 색들인데도 튕겨 나가지 않고 골목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금 걸으면 차이나타운이고, 조금 더 걸으면 다시 애관극장이 가까워졌다. 한중문화회관과 애관극장 사이를 오가며, 상영 시간 사이마다 골목을 누볐다.

첫째 날 빈 시간에는 동화마을이라는 곳을 걸었다. 다양한 벽화와 동화를 테마로 한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건축물에 합체하듯 녹아 있었다. 어딘가 엉성한 구석이 있었지만, 곳곳의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엉성함을 이미 받아들인 것처럼 보여 좋았다. 동화마을을 먼저 자기 것으로 삼은 건 관광객이 아니라 그분들인 것 같았다. 걷다 보면 주거지처럼 생긴 건물에 박물관이라고 적혀 있는 곳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한중문화회관 근처 차이나타운은 관광지답게 사람들로 붐볐지만,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금세 한적해졌다. 빨간색 간판과 공갈빵, 월병 그리고 세상 화려한 중식 요리집들이 늘어선 거리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시선을 빼앗기는 것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조금 더 걸으니 상상플랫폼이 나왔다. ‘스우파’를 촬영했다는 그 공간에 마음을 빼앗겨 기웃거리다가 다시 영화를 보러 가는 일정을 며칠 동안 반복했다.

‘인천’이라는 도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곳에서 작업하는 작가 때문이었다. 그의 작업을 통해 그가 보는 도시가 궁금해졌고, 그의 전시를 보러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제 일정을 마치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레지던시는 방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개인 작업실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정갈한 공간이었다. 작업실을 구경하고 함께 인근을 산책했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고 작업해 온 시간이 쌓여서인지, 걷는 내내 동네에 대한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이전의 이야기, 걷고 싶은 시간으로 조절 가능한 산책 코스, 어느 골목에서 어떤 빛이 드는지. 상황에 맞춰 길을 고르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동네를 오래 걸어온 사람의 몸에는 지도와 다른 무언가가 새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면 함께 근처를 걷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그 동네와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고민하며 걷고, 그것이 오랜 시간 안에서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그런 산책에서 알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인천을 관광지가 아니라 동네처럼 방문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도시가 남아 있었고, 계속해서 발걸음 하게 될 도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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