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 학교 무단 침입한 기간제 교사 영장실질심사 모습. /연합뉴스
딸을 전교 1등으로 만들기 위해 학교에 몰래 침입해 시험지를 훔친 50대 학부모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반성문을 수십 장 제출한 것이 형량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4부(성기준 부장판사)는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씨(50)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북 안동 소재 모 고등학교에 총 11차례 무단 침입해 그중 7차례에 걸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는 해당 학교 30대 기간제 교사 B씨가 가담했다. B씨는 공범으로서 범행에 가담한 대가로 A씨로부터 16차례에 걸쳐 총 3150만 원을 받았다.
A씨의 딸은 이렇게 유출된 시험지로 미리 공부해 고등학교 내신 평가에서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다른 학생들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시험을 치렀다.
이들의 범행은 학교 사설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발각됐다.
이후 수사가 이어져 A씨와 B씨뿐 아니라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학교 행정실장 30대 C씨, 그리고 훔친 시험지라는 사실을 알고도 문제와 답을 미리 외운 뒤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는 딸까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 B씨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3150만 원을 선고했다. C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딸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교육 신뢰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사건으로 피고인들은 해당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치열한 입시 환경 속에서 성실히 노력해온 수험생들과 학부모에게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만들었으며,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한 다수 교직원의 직업적 자존심마저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C씨와 딸은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반면 A씨와 B씨는 항소심 재판 기간 재판부에 반성문을 각각 10~20여 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 시험과 행정 시스템을 훼손했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든 범행"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 결과 A씨는 징역 3년 4개월로 1심보다 1년 2개월 줄었고, B씨 역시 원심 징역 5년에서 징역 4년 4개월에 추징금 3150만 원으로 감형됐다.
이 사건은 학부모·교사·학생이 모두 형사 피고인이 된 이례적 사례로, 시험지 유출 행위가 단순 비위를 넘어 특수절도·업무방해 등 중형 대상 범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내신 성적 조작에 관여한 경우 직접 범행자뿐 아니라 결과를 알고도 이용한 학생에게도 형사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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