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2007년생인데 프로 2년 차다. 나이에 비해 이른 데뷔로 막연하게 보면 천재과 선수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철저한 노력파다. 학창 시절 부족했던 축구 실력을 메우기 위해 남몰래 구슬땀 흘린 덕에 지금의 천안 유망주 우정연이 만들어졌다.
우정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천안 유스 출신 스트라이커다. 천안이 막 프로화 된 2023년부터 구단 유스 생활을 시작했다. 고교 졸업반 시절 각종 대회 및 주말리그에서 왕성한 득점력을 뽐낸 우정연은 앞으로 프로 형들과 함께 훈련할 거라는 통보를 받았고 낯선 성인 레벨에서 이리저리 치이던 중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 준프로 계약서가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2025년 고등학교 3학년 우정연은 천안 구단 첫 준프로 계약자가 됐다.
‘풋볼리스트’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회상한 우정연은 “고등학교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조차 못했다. 유스 팀에서 선발로 뛰면서 골도 많이 넣었다. 그때는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다 정도만 생각했다. 3학년 때 대회나 리그에서 골도 많이 넣어서 운도 좋았던 것 같다. 프로팀에서 훈련을 할 거라는 이야기만 해 주셨는데 계약까지 한다는 말은 못 들었었다”라고 밝혔다.
우정연은 순조롭게 프로 안착하는 듯했다. 지난해 6월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2 14라운드에서 첫 선발 출전한 우정연은 전반 20분 깔끔한 헤더슛으로 데뷔골까지 신고했다. 올겨울에는 박진섭 감독을 만나고 한 단계 성장했다. 박 감독이 준 과제를 성실히 이행한 우정연은 점차 선발 기회를 늘려갔다. 그러던 지난 10라운드 충남아산전 우정연은 상대 선수와 머리를 부딪히는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내상까지 이어지진 않았고 상처 부위를 10바늘 꿰매는 데 그쳤다. 가파른 성장세에 잠시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우정연은 머리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그라운드 복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서 대화한 우정연은 영락없는 스무살이었다. 부상 이야기에 쑥스럽게 웃기도 하고 잘 챙겨주는 선배를 떠올리며 누구를 말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많이들 입에 담는 ‘MZ세대’가 어울리는 선수였다. 그러나 우정연이 프로 무대를 밝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뀐다. ‘요즘 애들은 힘든 걸 싫어한다’라고 쉽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우정연은 그들의 주장에 정면 반박할 수 있는 예시다.
철저한 노력파다. 우정연은 스스로가 축구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바늘구멍 뚫기라는 프로 데뷔조차 운이 좋았다고 직접 이야기할 정도다. 자세를 한껏 낮추는 듯 말하는 그는 알고 보니 남몰래 노력한 쑥스러움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사실 우정연은 프로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다고 말할 자격이 있고 그 태도는 데뷔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미 천안 구단 내부에서는 우정연이 본 훈련 종료 후 항상 끝까지 남아 보충 훈련을 하고 간다는 소문이 익히 알려졌다. 관련해 우정연은 “중학교 때 다른 애들보다 축구를 그렇게 잘하진 못했다. 그때부터 계속 새벽에 운동하고 야간에 운동하고 중학교 때부터 쭉 그렇게 해왔다.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제가 기본기가 너무 부족했다. 잘하고 싶었는데 저 자신에게 화가 나서 계속 훈련을 했던 것 같다. 대부분 혼자 나가서 훈련했는데 가끔 친구랑 나가서 공터 맨바닥이나 동네 놀이터에서 보충 훈련을 했던 기억도 있다”라며 사연을 풀었다.
우정연은 프로에 와서도 보충 훈련 습관을 이어오고 있다. 박진섭 감독도 지난 5라운드 전남드래곤즈전 우정연이 시즌 첫 골을 기록하자 “항상 운동장에 새벽이든 저녁이든 개인 운동하는 성실한 선수다.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라며 칭찬했다. 천안 관계자 역시 불 꺼진 운동장에서 연습 중인 우정연을 촬영하려고 했으나, 우정연이 극구 사양한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요즘은 어떤 훈련을 하냐는 물음에 우정연은 “예전에는 슈팅, 드리블 등 기본기와 리턴 연습, 볼 마스터리 등도 많이 했다. 공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하는 훈련을 위주로 많이 했다. 요즘에는 피지컬적인 걸 더 중점으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람 심리상 누군가 알아봐 주길 원하는 마음도 내심 들법했다. 그러나 우정연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더 잘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누가 안 봐줘도 크게 관심은 없다. 확실히 보충 훈련을 하니 공을 다루는 감각이 더 늘고 자신감도 생겼다. 체력도 좋아지니 조금씩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골도 한 경기에 한 골씩 넣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은 걸 보면서 중학교 때 노력이 성과로 느껴졌다. ‘내가 이 정도까지 늘다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문득 우정연의 왜 그토록 노력하는지 이해가 갔다. 포지션이 스트라이커인 우정연은 178cm로 중앙 공격수 치고 작은 신장이다. K리그에서는 코어 포지션을 외국인 자원으로 메우기에 우정연은 190cm를 넘나드는 장신 센터백들과 거친 경합을 벌여야 한다. 우정연이 밤낮 가리지 않고 피지컬과 기술 배양에 시간을 쏟는 이유다.
“오스마르 같은 선수들은 정말 저랑 머리 하나 더 차이 난다. 아무래도 몸싸움하고 등지고 하는 게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가는 척하면서 침투도 하고 2차 움직임도 하면서 체력을 빼놓자고 그냥 많이 뛰고 싸웠던 기억이 있다. 경기장에서 주문을 최대한 하려고 하고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하고 있다. 슈팅도 많이 차고 기술도 늘려가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부족한 걸 계속 찾아서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브라질 호나우두를 되게 좋아했다. 영상도 많이 봤다. 성인이 되고 프로 무대에서 계속 뛰어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력이라는 걸 느꼈다. 지금은 롤 모델이 딱히 없다. 그 대신 저희 팀 형들을 보면서 배울 점을 찾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준호 형처럼 같은 포지션 형들한테 등지는 법, 움직임, 슈팅 타이밍 등 알려달라고 한다. 해보고 안 되면 또 물어보고 하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우정연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다. 그보다 현실적인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우선 연령별 대표팀에 가보고 싶다. 당연히 골도 많이 넣고 경기를 많이 뛰고 잘 다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제 이름을 들으면 ‘아 그 선수?’라며 알 만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했다.
마지막으로 우정연은 “어린 선수인데 열심히 하고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경기를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다치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잘하겠다. 경기 많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및 천안시티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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